슈퍼호황이 곧 끝날 것이라던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분위기가 최근 들어 다시 ‘장밋빛’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 과잉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점차 줄어드는 대신 매출 전망치 상향조정이 잇따르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반도체 굴기’를 외치는 중국의 대규모 설비투자와 업체간 과잉 가격경쟁 가능성 등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반도체시장 매출 규모가 4510억 달러(약 483조 원)로, 지난해보다 9.5%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내놨던 성장률 전망치 7.0%보다 2.5%포인트 상향조정한 것으로, 메모리와 시스템 로직 부문이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 5일 보고서에서 올 1월 전세계 반도체 매출이 376억달러로, 1년전보다 무려 22.7%나 늘어나며 무려 18개월 연속 전년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존 네퍼 SIA 대표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사상최고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들어서도 역대 1월 실적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좋은 출발을 했다”면서 올 한해 시장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미국 유력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투자보고서에서 “전 세계 D램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이 때문에 32기가바이트(GB) 서버모듈 가격이 1개월만에 5%나 올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가 나온 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주가가 사흘 만에 10% 넘게 올랐다. 대만의 IT전문 매체인 디지타임스는 지난 7일 업계 소식통을 인용, “올해 데이터센터, 스마트폰용 수요 급증에 힘입어 전세계 D램 시장 매출이 960억달러에 달하면서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올 상반기 D램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0%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가격 하락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전문가는 “서버와 모바일용 D램 시장은 올 하반기에도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D 낸드 플래시와 D램 기술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실적 호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D램 업황의 개선추세는 지속되며 업체들의 실적 역시 올 4분기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큰 그림에서 수요의 속성이 변화된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버’ 위주의 수요 증가 사이클에서는 과거 ‘PC·모바일’ 주도의 시기와는 달리 ‘수요의 예측 가시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수요 전망을 위한 주요 변수가 ‘출하량’위주에서 ‘탑재량’ 위주로 변화됐기 때문”이라며 “이번 D램의 견조한 업황은 과거와 달리 장기 지속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