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원장 하나銀 채용비리 의혹 왜 불거졌나

입력 2018-03-11 14:50 수정 2018-03-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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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3일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져 배경에 의구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말 은행권에 채용비리 자체조사를 지시하고, 이후 현장점검을 나갔을 때 KEB하나은행은 관련 자료가 모두 삭제됐다고 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10월 말부터 한달 간 은행권에 기간제한 없이 자체조사를 지시했을 때 하나은행은 자료가 없다며 최근 1년 공채 관련건만 금감원에 보고했다. 훨씬 전인 2013년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을 두고, 금감원과 갈등을 빚어온 하나금융 측이 "당국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은행 내부에서 흘린 것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최흥식 원장, 2013년 친구 아들 부정채용 관여 의혹... 하나銀 "부정 개입 없었다" = 최흥식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공채에 지원한 대학동기 아들 명단을 인사담당 임원에게 전달했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은행 측에 이름을 전달한 것은 내부 추천일뿐, 점수 조작이나 기준 변경 같은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추천+조작 등' 까지 이뤄져야 채용비리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앞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할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고 말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이뤄진 은행권 채용비리 현장검사에서, 하나은행의 경우 55명의 추천자 이름이 적힌 'VIP리스트'를 찾았지만, 이들 중 점수조작 등 불법행위가 밝혀진 6명 사례만 검찰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조사에서 총 13명 사례를 적발했는데, 이중 6명은 '추천과 조작'이 이뤄진 건이었고, 나머지 7건은 별도 추천없이 명문대생 합격 위한 면접 조작만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금감원은 최흥식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천자 명단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추천 대상자 모두를 부정채용으로 본 것이 아니"라며 "면접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거나 기준 신설 등으로 부당 합격시킨 사례만 적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만 했을 뿐, 채용과정에서 점수 조작 등 불법행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 원장의 친구 아들이 합격점수에 미달했음에도 점수 조작 등 부당한 방법으로 최종합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1일 "당시 최흥식 지주사장이 추천한 사실은 있지만, 합격여부만 알려달라는 취지로 보이고 채용과정에 점수조작 등 전혀 개입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2013년 채용비리 왜 = 작년 12월 이뤄진 금감원의 채용비리 현장점검 대상 기간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였다. 금감원은 현장점검 전에는 은행에 자체조사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인 지난해 10월말에, 11월 말까지 한 달간 자체적으로 채용비리 의혹을 점검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때 은행은 단 한 건도 부정청탁과 부정채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자체조사할 때 기간 제한 없이 전수조사를 해달라"고 했지만, 하나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은 채용기록 삭제 등으로 전수조사는 힘들다고 반발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자체 조사할 때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기간 제한 없이 전수조사를 해달라고 했는데, 자료 삭제 등으로 힘들다고해, (하나은행은) 최근 1년치만 자체 조사해서 금감원에 보고했다"며 "그때 보고한 거랑 (2013년 공채 의혹이 터진) 지금이랑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013년 채용비리 의혹건이 갑자기 터진 것은 그간 각종 조사로 인해 금감원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김정태 회장이 최흥식 원장을 궁지에 넣으려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현재 하나금융의 중국 특혜 대출, 전 사외이사·김 회장 아들 회사 부당거래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김 회장의 이상화 전 본부장에 대한 인사개입 의혹은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채용비리 의혹 관련해 하나은행을 지난달 8일, 지난 7일 2차례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은행장, 2016년 인사부장인 강모 씨뿐 아니라 2015년 인사부장이었던 송모 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이 7일 2015년 인사부장이었던 송모 씨가 근무하는 지점까지 찾아가 압수수색을 했다"며 "금감원이 적발한 2016년 공채건뿐 아니라 2015년 채용비리도 검찰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원년인 2015년도에, KEB하나은행은 신입행원 500명을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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