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관세폭탄을 터뜨렸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철강 수입품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새 관세안은 서명일로부터 15일 후에 발효한다.
모든 국가와 적용되지만 현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하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당분간 유예했다.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에는 미국과의 협상에 따라 관세를 면제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번 관세 발동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 제한을 인정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한 것으로, 미국이 이 법안을 적용한 것은 1982년 리비아산 원유 수입 금지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명령 서명을 기념하고자 철강 업계 근로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강력한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은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철강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 산업은 외국의 공격적인 무역관행에 파괴됐다”며 “우리를 나쁘게 대우한 많은 국가가 우리의 동맹이었다. 우리는 공정함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고 구축해야 하며 동시에 우리의 진정한 친구들에게는 커다란 유연성과 협조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 두 나프타 파트너 이외에도 백악관은 다른 국가들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기회를 준다. 트럼프는 “만일 다른 수단을 통해 같은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면 미국은 그들의 상품이 안보를 해치지 않는다고 동의하는 한 개별 국가 관세를 수정하거나 철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트럼프 정부 관계자는 “추가 예외 결정은 무역 불평등 해소를 위한 만족스러운 대체 수단이 있다는 것을 확신시킬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면제가 언제까지 적용될지 시간표는 없다”며 “이는 나프타가 트럼프를 얼마나 만족시키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관세 면제를 받는 대신 그 대가로 다른 무역 분야에서 시장 개방과 같은 양보를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 각국은 트럼프 정부 설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반대로 보복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중국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럽연합(EU)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보복 관세를 준비해왔다. 각국이 본격적으로 미국에 대항하면 무역전쟁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