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8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5% 안팎이었던 점유율은 올들어 2개월 연속 18%를 넘어섰다. 수입차가 내수시장에서 2개월 연속 점유율 18%를 유지한 것은 1987년 시장이 개방된 이후 처음이다. 우선 수입차의 파격적인 할인 공세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국산차보다 판매가격도, 마진율도 높은 수입차는 그만큼 할인폭이 크다. 수입차 브랜드는 일반 소비자가격을 먼저 발표하고 여기에 20% 안팎의 할인율을 더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다.
한국수입차 시장의 마진율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 500 L(V8 4400cc)의 한국가격은 1억9900만 원이다. 미국 신차가격 비교 사이트 ‘캘리블루북’에 따르 같은 엔진을 얹은 미국형 모델(S 550 L)은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기준 9만1400달러(약 9800만 원)에 팔린다. 메이커에서 제시하는 MSRP(권장소비자가격)도 9만8000달러에 못 미친다. 한국 판매가격이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BMW 역시 마찬가지다. 1억9800만 원에 판매한 750Li(V8 4400cc)는 미국 현지에서 8만7500달러(약 9350만 원)에 팔린다. 한국 소비자가 2배 이상 비싸게 차를 사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할인 폭도 크다. 각 모델별로 출시 초기에는 할인 폭이 적다. 그러나시간이 지날수록 ‘밸런스 아웃’ 즉 재고로 분류되는 순간 할인율은 20%를 넘어선다. 모델 변경을 앞두고 이런 할인이 최대 25%에 달하기도 한다.
‘원-프라이스’ 정책을 펼치며 “할인 없음”을 공식화했던 메르세데스-벤츠조차 최근 할인에 나서고 있다. 공식적으로 1%, 자체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사용할 경우 6~8% 할인율이 적용된다. 비공식적인 할인도 존재한다. 벤츠 코리아는 각 딜러사에 고정마진과 변동마진을 지정하고 있다. 변동마진이 커질수록 딜러사 자체적으로 할인할 수 있는 폭이 커지는 셈이다. 벤츠 코리아는 최근 고정마진 비율을 줄이고 변동마진을 확대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제2금융권 영업사원들이 온라인에 수천만 원 할인조건을 내세우기도 한다”면서도 “높은 이자를 앞세워 전체 금액을 확대하고 여기에서 1000만 원대 할인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 실질적으로 20% 안팎의 할인은 왕왕 벌어진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부 국산 완성차 메이커의 부진도 상대적으로 수입차의 약진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지엠은 철수설이 제기 중이고, 르노삼성은 SM5와 QM3 등 주요모델의 신차 부재가 판매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어려움을 겪은 아우디가 판매를 다시 시작한 만큼, 수입차들의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