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 자신감 회복이 MB노믹스 관건

입력 2008-03-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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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부 경제정책, 내외 악재로 초장부터 '흔들'

MB노믹스(이명박 신정부의 경제정책)가 출범 초기부터 흔들리고 있다. 환율 상승, 고유가 등 외부변수가 경제정책 운용에 큰 부담을 지우는 데다 이로인해 소비심리마저 악화되면서 그야말로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게다가 내놓는 경제정책들이 다른 정부기관에 의해 부정 당하는 일마저 벌어지면서 정책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무엇보다 '경제심리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 경제지표들 '좋지 않다"

17일 정부 경제담당 부처와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금 한국 경제를 둘러싼 여러 악성 변수들이 우리 경제를 옭죄고 있다. 미국發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여파가 세계 금융위기론까지 불러오고 있고 석유파동은 목전의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가 미국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2분기 이후에도 현재 수출 증가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런 상황이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내수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해 누적 무역적자액이 무려 53억8000억달러에 달한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기대지수(CPI)는 전월 대비 2.8p 하락한 103.1을 기록했다. 3개월 만의 하락세 반전이다. 2월 취업자 수도 지난해 동기 대비 21만명 증가에 그쳤고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12만채(1월 말 현재)를 돌파한 가운데 중견 건설업체들의 부도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고유가와 이에 따른 물가상승 기조는 정권 초기에 프리미엄으로 따라붙곤 하던 '신정부 효과'마저도 소멸시켰다. 한국은행의 '2월 중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수입물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 원ㆍ달러 환율 상승의 여파로 지난해 동월 대비 22.2%나 올라 지난 1998년10월(25.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부 악재는 그렇다치더라도 흔히 경기 판단의 지표로 삼는 내수, 수출, 설비투자, 고용 등 모든 면에서 좋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권 초기에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시적이나마 경기지표들이 긍정적으로 움직여야 정상인데 지금은 이마저도 없다"며 "마치 10년전 상황을 보는 것같다"고 우려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서브프라임 사태와 이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라는 악재가 일시에 겹치고 있어 실물경제가 더욱 악화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 경제팀은 곳곳서 '잡음'

한편 새 정부와 한나라당이 부처간 정책 이견의 잦은 노출, 총선 공천 잡음 등으로 출범 초기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도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강만수 경제팀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실·국장 인사를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되는 '강만수 경제팀'은 기획재정부가 과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친 '공룡조직'이 된만큼 국민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신정부가 공약한 6%대 성장과 물가안정은 이미 '올해는 기대하기 어려운 수치'가 돼버린 분위기다. 경제연구기관들은 잇달아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대 중반까지 하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강만수 경제팀의 고육책들은 이미 곳곳에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전기요금 인하와 ‘대형 할인점 규제를 통한 재래시장 육성’은 지식경제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학원수강료를 단속하겠다고 나섰지만 바로 다음날 서울시교육청은 학원수강료의 사실상 자유화에 가까운 적정 수강료 산정시스템을 연구중이라고 밝히고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학원의 심야 교습을 허용하는 내용의 조례안까지 공표하는 등 엇박자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

강만수 장관의 '경기를 고려한 금리 인하' 주장은 한국은행의 보고서를 통해 반박 당했으며 물가를 잡기 위한 단속 위주 정책(자치단체의 행정지도, 10% 초과시 사재기로 간주해 단속하겠다는 등의...)은 새정부의 시장경제 드라이브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에 직면해 있다.

그러면서도 17일 1000원을 돌파한 환율에 대해서는 개입을 주저하고 있고 신정부가 우선 정비하기로 했던 부동산 취.등록세 및 종부세 완화정책의 시행 연기, 지식경제부와의 이해 조정 없이 성급하게 꺼낸 원유와 석유제품 간 관세율 차이 조정 등은 '시장에 안 좋은 시그널을 주지 않겠다'는 본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시장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즉 옳고 그름을 떠나서 '성급하고 줏대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정부 여당이 정치 경제적으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특히 한국경제의 관제탑으로서 자리를 잡아야 할 기재부는 부처간 사전 조율 없이 정책을 남발해 시장에 혼란만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책이란 동전의 앙면과 같은 것이라 일부 정책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곧 현 경제위기를 타개할 정부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면 과제는 "자신감 회복"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요즘 위기가 닥쳐오는 초기 같다"며 "아마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예측이 아직까지 확실히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록 공직자가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길 바라는 의도에서 한 발언이지만 국가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 회복이고 정부가 시장을 조절하고 정상화시킬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역대 정부에서 줄곧 지적돼 왔던 부처간 사전조율 문제가 또 나오고 취임 초기 국가 통치자가 부정적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은 실망스럽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고 정부가 이를 고취시키지 않는 한 심리에 좌우되는 경제가 좋아질리 없다"고 꼬집었다.

한우리소비자경제연구소 박천 소장은 "집권 초기 모든 것을 일거에 바꾸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새 경제팀은 무엇보다 바닥 상태인 소비심리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회사원 임지순씨는 "성장률 6% 달성도 좋지만 오늘 대통령이 언급한 '생활필수품 50 가지 집중관리' 와 같은 생활 안정을 통한 경제 자신감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며 '피부에 와닿는 경제정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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