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음성인식의 결합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의 ‘에코’로부터 시작된 인공지능(AI) 스피커 출시가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도 네이버·카카오와 이동통신 3사까지 일제히 확산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앞다퉈 AI 스피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서며 AI 스피커를 통해 ‘인공지능 퍼스트’를 주창하고 있다. 음성 하나로 일상 생활 전반을 컨트롤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지면서 ‘AI와 음성의 결합’은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왜 AI 스피커인가 = AI 스피커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음성인식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탑재된 스피커를 말한다. 2014년 아마존이 처음으로 사람 말을 알아듣는 AI스피커 ‘에코’를 출시했을 당시만 해도 AI 스피커의 기능은 한정적이었다. 단어 형태의 짧은 언어를 인식해 음악을 틀어주거나 날씨를 알려주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목소리로 사람을 구별해 맞춤형 반응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배달이나 계좌 송금 같은 복잡한 명령도 음성명령으로 가능해졌다. 이용자가 음성으로 날씨, 위치정보, 교통정보 등을 물어보면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관련 내용을 파악해 스피커로 들려준다. 일정을 관리하고 음식점을 예약하거나 가전기기들을 제어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한 기기를 넘어 냉장고, 에어컨, TV 같은 가전기기와 연동, 집안의 모든 기기들과 연동 IoT(사물인터넷) 허브 역할을 하면서 기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자연어를 활용한 음성인식 방식은 개인 소비자들이 AI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인 만큼 초기 개인 AI 시장은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과 스피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음성인식 AI는 앞으로 다양한 기술 및 제품과 결합하는 형태로 진화, 단일 기기로서의 역할보다는 각종 기기나 서비스를 컨트롤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IT 업체들이 스피커 형태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연결성에서 찾을 수 있다”며 “AI 서비스가 결국은 다양한 제품과 접목해 많은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확장성을 겸비한 허브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스피커 형태로 기술이 개발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내로라하는 국내 ICT·전자기업 일제 가세 =SK텔레콤은 2016년 9월 국내 최초 AI 스피커인 ‘누구’를 출시하면서 음악검색, 날씨, 길찾기 등 일찌감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구는 이미 지난해부터 피자와 치킨 배달 서비스는 물론, 하나은행과의 협력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얼마전부터는 집안 공기질 등 실내 환경 데이터를 알려주는 환경 정보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구와 TV를 연동한 뒤 TV를 켜고 관리 화면에 들어가면 별도 센서로 수집한 집 안 공기 질을 ‘좋음’, ‘보통’, ‘나쁨’ 3단계로 보여준다. 가정 내 전기 소모량도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누구에 홀로그램을 결합해 가상의 AI 아바타와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는 자사의 AI 스피커인 ‘프렌즈’와 ‘웨이브’ 음성통화 기능을 추가한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관의 사업목적에 별정통신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네이버는 “별정통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네이버 AI 플랫폼인 ‘클로바’에 음성통화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이를 테면 ‘가까운 병원’이나 ‘동네 맛집’을 AI 스피커에게 물어본 뒤 전화로 연결하면 통화를 하거나 주문하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네이버는 또 프렌즈, 프렌즈 플러스 등 AI 스피커에 가상화폐 시세 조회 서비스도 탑재했다. 클로바에 ‘코인헬퍼’라는 기능을 얹어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코인원, 코빗 등에서 정보를 받아 가상화폐 시세를 받아볼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도 AI 스피커 시장에 출격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지난달 27일 세계 최대 모바일박람회 MWC 행사가 개최 중인 바르셀로나에서 “오는 하반기에 AI 스피커를 출시할 예정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고 부문장은 “삼성은 TV, 냉장고, 세탁기, 휴대폰 등 IoT로 연결되는 모든 제품을 갖고 있는 흔치 않은 회사인데 그 체인에 AI 스피커도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AI 스피커만이 IoT의 허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사람에 따라 어떤 기기도 허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빅스비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지난해 1월 AI셋톱박스‘기가지니’를 공개한 뒤 같은 해 11월 LTE 에그 기능과 AI 기능이 결합된 ‘기가지니 LTE’를 출시했다. 에그 기능을 탑재해 야외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원조 기가지니와 달리 ‘바로 말하기 기능’으로 명령이 쉬워졌다. 기가지니는 지난달부터 영어회화 전문기업 야나두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간단한 영어회화 기능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네이버와 손잡고 인공지능(AI) 스마트홈 시장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과 KT가 자체 AI 스피커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와 연합군을 형성해 정면 승부에 나선 것.
네이버의 음성인식 AI 클로바를 이용해 인터넷TV(IPTV)와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 ‘유플러스 우리집AI’와 AI 스피커 프렌즈플러스를 선보였다. 네이버 AI 스피커 프렌즈에 LG유플러스의 홈 IoT 제어 기능을 넣은 프렌즈플러스로 집 안의 모든 가전기기를 제어한다.
카카오는 지난달부터 자사 AI 스피커 카카오미니에 택시 호출 기능을 탑재했다.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카카오미니를 이용해서 말 한마디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이르면 내년 카메라가 탑재된 AI스피커 ‘카카오미니’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카메라는 운동량과 맥박 등을 체크하는 역할까지 하게 되며, 카카오미니에 내장된 데이터분석 솔루션이 이를 토대로 사용자에게 올바른 운동 자세와 건강 관리법을 알려주는 등 헬스케어 분야와 접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