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이내에 사업장에 52시간의 근로시간을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게 됐다.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고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을 채용해 생산성을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주 최장 근로 52시간’ 시행 시 기업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휴일 중복 가산 효과를 제외하고 연간 12조1000억 원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약 26만6000명의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근로시간 단축 비용의 약 60%에 해당하는 7조4000억 원이 제조업에 집중될 것으로 추정됐다. 제조업이나 운수업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현재 연장근로(초과근로) 시간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재무적 여력이 있는 데다 지난해 말부터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준비해온 대기업들과는 달리, 높은 인건비와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됐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소수 중소기업은 ‘울며 겨자먹기’로 자동화 설비 투자 등의 자구책 모색에 나서고 있는 반면,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심각하게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리다.
경기도 의왕에서 압출·사출업체를 운영하는 M 대표는 “생산직 숙련 근로자 최저 연봉으로 4400만 원(각종 수당 포함)을 주고 있다.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현재 4조 3교대로 운영되는데 근로시간 단축 후 4교대로 바꾸면 임금이 37% 올라간다. 여기에다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분인 16%를 더하면 총 53%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수익 구조를 하도급에 의존하는 소규모 뿌리사업장일수록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원청 대기업의 납품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연장 근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도금업체를 운영하는 S 씨는 “원청기업의 납품시기를 맞추려면 연장근로가 필수”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에서 도금업을 하는 W 씨는 “이렇게 노력해도 1차 벤더가 임금 인상분을 원가에 인정해주지 않고 다른 기업을 찾으면 그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추가 고용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라도 만성적 인력난이라는 또 다른 벽에 부닥친다. 경남 김해에서 열처리 업체를 운영하는 Y 씨는 “우리 사업장의 생산직 평균연령은 48세이고 이들 중 52%가 외국인”이라며 “임금 상승도 문제지만 근로자 확보가 어려워 진지하게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인건비를 매년 늘리느니 차라리 자동화가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사업주도 있다. M 대표는 “사람 몸값이 비싼데 일본, 대만에서는 ‘협업 로봇’이 싸게 나온다”며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 정책이라지만, 우리는 일자리 없애기에 투자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인건비 상승은 임가공 업종에 치명적인데 자동화, 첨단화를 통해 고용을 줄이지 않으면 폐업하거나 불법사업장으로 범법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