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이 더욱 확고해지면서 중국이 다시 마오쩌둥 시대의 1인 통치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시진핑의 절대 권력 추진에 세계가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현재 국가주석의 임기를 2연임으로 제한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고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제안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정식으로 통과되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집권 2기 임기가 끝나는 2023년 이후에도 유임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된다.
중국 헌법 79조에 따르면 주석과 부주석 임기는 전인대 회기와 같으며 그 임기는 두 회기, 즉 최장 10년을 초과할 수 없다. 시 주석은 지난 2012년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10월, 5년 만에 치러진 19차 당대회에서 총서기로 2기째에 돌입했다. 주석으로의 2기는 3월 전인대 재선으로 시작된다.
총서기 임기에 대해서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고 주석 임기에 관해서만 모호하게 ‘2연임까지’라고만 언급돼 있었으나 이를 개정하면 사실상 시 주석이 최소 15년 이상 집권하는 것을 막는 제도상의 큰 장애물이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헌법 개정안에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명기하는 것도 제안됐다. 시진핑이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 개혁개방으로 중국 경제 고속성장을 이끈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서게 되는 셈이다.
문화혁명 등 마오쩌둥의 유일 체제 폐단에 몸서리를 쳤던 덩샤오핑은 1980년대 초반 집단지도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한마디로, 10년마다 질서 있는 정권 교체를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었다. 최고지도자 임기를 10년으로 제한하고 임기 만료 5년 전에 후계자들을 지정해 권력투쟁이 격화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시 주석은 장쩌민과 후진타오 등 그의 전임자들이 지켜왔던 원칙들을 계속 깨뜨리면서 결국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고위지도자들은 지난 2002년 이후 ‘68세 이상이 되면 은퇴한다’는 관례를 지켜왔다. 그러나 시 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후난성 전인대 대표로 선출되면서 그런 암묵적인 규칙이 깨졌다. 시 주석은 오는 2022년에 69세가 된다.
지난해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뒤를 이을 후계자 후보군 중 아무도 당 최고 지도부인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과 푸틴의 닮은꼴에 주목하고 있다. 콘퍼런스보드의 주드 블란쳇 연구원은 “시진핑이 푸틴의 종신 대통령 길을 따를 것이라는 점은 더는 루머가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푸틴은 지난 2000~2008년 대통령을 맡고 나서 이후 자신의 대학 후배이자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 자리를 물려줬다. 이후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대통령에 복귀, 개헌을 통해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 올해 대선으로 4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유력 야당 후보의 출마를 법원 판결로 원천봉쇄하는 등 오는 2024년까지 장기 집권 야욕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장기 집권에 집착하는 이유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꼽고 있다. 시진핑이 오는 2050년까지 미국에 맞서는 세계적 강대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야망을 실현하려면 10년 임기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의 패권주의가 강해지면서 주변국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공섬을 구축하고 군사기지화하는 등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구축에도 경제적 보복 등 강경 반응을 보였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 야욕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베이징 소재 컨설팅 업체 트리비움의 앤드루 포크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이 마침내 테이블 위에 자신의 카드를 올려놓았다”며 “외국인 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엄격히 평가하면 우리는 아직 그 충격이 무엇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에 유입되는 자본이 예전처럼 많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