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연준은 21일(현지시간) 지난달 30~3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했다. 위원 대부분은 확고한 글로벌 경기회복과 금융시장의 지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등에 힘입어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월 회의에서 연준은 금리인상을 보류했지만 의사록에 나타난 단기 경기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강해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풀이했다.
회의록은 “회의 참가자 대부분이 경제성장 전망이 강해 단계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견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달 FOMC 성명에서 “점진적인 추가 금리인상이 정당화되고 있다”고 언급해 이 점을 반영했다고 FT는 덧붙였다.
회의록에 따르면 많은 연준 위원이 지난해 12월보다 경기전망을 상향 조정했으며 지난해 말 통과된 세제개혁이 단기적으로 개인소비와 기업투자에 미칠 영향이 예측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많은 위원이 “최근 동향은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 2% 달성 전망에 자신감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위원은 경제가 과열되고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더 빡빡해져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준 위원들이 여전히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표명하고 있지만 시장은 인상 속도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시사한 올해 세 차례 금리인상 대신 네 차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연내 5회 인상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연준의 ‘매파’적인 입장에 이날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시장의 불안을 부추겼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95%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물 금리도 3.23%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2015년 여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하락 반전했다. 다우지수가 0.67%, S&P500지수가 0.55% 각각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0.22% 빠졌다.
지난달 FOMC는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퇴임하기 전 마지막으로 주재한 회의였다. 제롬 파월 신임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취임하자마자 이달 초 긴축 가속화 불안에 따른 글로벌 증시 혼란이라는 위기를 겪어야 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 연준 관계자들은 최근 연설에서 “증시의 혼란이 연준의 점진적 금리인상 계획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