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당국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시각장애인용 플라스틱 카드를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시각장애인연합회와의 협의를 거쳐 규격, 매수 등을 결정한다. 이후 관련 협회들를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현재 신권지폐 앞면에는 금액표시 아래 시각장애인용 점자가 새겨져 있다. 1000원권은 점자 1개, 5000원권은 점자 2개, 1만원권은 점자 3개, 5만 원권은 선 5개 식으로 얼마짜리인지 구분할 수 있게 했다. 그렇지만 막상 시각장애인들은 이를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에 점자가 튀어나온 정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이마저도 마모된다는 설명이다.
김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은 "지폐에 점을 새기는 방식은 뒤에서 찍는 타공방식이 아니라 UV코팅으로 위에 입히는 식"이라며 "새로 찍은 지폐라도 인식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발급할 플라스틱 카드는 지폐의 길이 차이를 이용해 금액을 구분한다. 카드에는 위치별로 각 금액이 점자로 찍혀 있다. 카드에 지폐를 넣어 접었을 때 끝에 위치한 점자를 인식하는 식으로 쓰인다.
왕희진 한국은행 발권정책팀 과장은 “이번에 새로 제작하는 카드도 그 당시 배포한 형태” 라며 “발행 매수, 발행 시기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25만 명 정도다. 이중 점자가 필수불가결한 1~4급은 8만여 명에 달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나오지 않는 한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연구원은 “아무리 플라스틱카드가 있다고 해도 지폐를 하나하나 대조하다보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잘못 인식해 더 큰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정확한 기술적 검토를 통해 지폐에 타공 방식으로 점자를 새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