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에 돈이 몰린다..LG화학, ‘사상 최대’ 1조 회사채 발행

입력 2018-02-13 09:38 수정 2018-02-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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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1조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회사 설립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시장의 유동 자금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화학업체로 몰린 결과이다.

LG화학은 12일 당초 5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한 계획을 1조 원으로 증액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LG화학은 지난 9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총 2조1600억 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을 본 것이다.

회사채 수요예측제는 회사채 발행조건 결정을 위해 발행사와 주관사가 공모 희망금리 밴드를 제시하고 시장의 수요를 파악한 후 최종 발행금리를 결정하는 절차다.

이번 LG화학의 수요예측 자금과 회사채 모두 최대 규모다. 2012년 국내에 수요예측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규모로, 이전 수요예측 최대 기록은 지난해 LG화학이 모은 1조7700억 원의 자금이다. 1조 원의 회사채 규모도 제도가 도입된 후 최대 기록으로, 이전 최대 회사채 기록은 2017년 5월 LG화학이 발행한 8000억 원의 회사채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공적인 수요예측 실적과 회사채에 대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LG화학의 2017년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은 25조6980억 원, 영업이익은 2조9285억 원으로, 2016년 대비 영업이익이 47%로 급증했다.

LG화학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미래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국내외 생산시설 확장에 투자하고, 기존 LG화학 생명과학 부문이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LG화학은 회사채 1조 원 중 7700억 원을 국내외 주요 생산시설 확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 LG화학은 고부가 가치에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여수공장에 3000억 원을 투자해 내년 상반기까지 아크릴산 18만 톤과 SAP(고흡수성 수지) 10만 톤을 증설키로 했다. 또한, 4000억 원을 투자해 엘라스토머(고무·플라스틱 성질을 갖춘 고부가 합성수지) 생산량 20만 톤을 증설 중이며, 대산공장 NCC에는 2870억 원을 투자해 에틸렌 생산량 증설에 나섰다.

경쟁사인 SK케미칼도 같은 날 SK유화를 흡수합병하고 백신 사업의 전문화·고도화를 위한 분사 계획을 발표했다. 당사가 100%의 지분을 소유한 SK유화를 흡수해 디메틸테레프탈산(DMT)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제약부문의 분사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단 방침이어서 SK케미칼이 화학·제약부문을 각자 집중하겠단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올해 화학업계는 북미 에탄분해공장(ECC)이 재가동되면서 에틸렌 공급과잉 문제를 맞닥뜨릴 수 있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기존 정유 사업을 확장해 화학 사업 공략에 나선 정유업계의 등장도 시장 내 경쟁자가 늘어나는 측면에서 LG화학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은진 화학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스페셜티나 수익성이 높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공급과잉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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