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급대표단 정치적 무게감 커져…美 펜스 부통령과 대화 가능성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북한의 고위급대표단 단원으로 방남하기로 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이 가시화됐다. 특히 북한의 김씨 일가를 뜻하는 ‘백두혈통’이 방남하는 것은 김 부부장이 처음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일부는 7일 오후 북한이 김 부부장을 비롯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과 남북 고위급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통일평화위원회 위원장이 고위급대표단 단원으로 방남한다고 우리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이번 대표단은 동계올림픽 축하와 함께,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북쪽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특히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서, 노동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일 방남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고위급대표단과 문 대통령과의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명목상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김 상임위원장과의 회담이 이뤄지더라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일부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김 부부장이 고위급대표단 단원으로 참석해 무게감을 주는 만큼 문 대통령과의 회담이 사실상 이뤄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김 부부장이 직접 전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상임위원장이 혼자 오는 것보다는 김여정 부부장에 훨씬 비중이 있는 역할이 주어질 것이고 우리와 대화할 때도 무게감 있는 주제가 오가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9일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문 대통령과의 접견과 부부동반 만찬이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북미 대화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회식 전 대표단 초청 리셉션 행사에서 정부가 김여정 부부장과 펜스 부통령을 만나게 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 당사자가 있는 문제여서 저희가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는 문제다”며 “양측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도록 조심스럽게 확인하는 중이다”고 말해 북미 대화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북한과 대화를 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데다 펜스 부통령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해 사실상 북미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북한 대표단에 미국 재무부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인 최휘 부위원장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유엔 회원국 여행 금지 대상인 최 부위원장의 방한은 자칫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깨뜨리는 것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