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금융회사 CEO 정조준...금융권, 검찰 수사 상황 촉각

입력 2018-02-05 10:49 수정 2018-02-0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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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KB국민·KEB하나은행 등이 ‘채용비리’를 저질렀다고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 속도’에 따라 이들 회사 최고경영자(CEO) 입지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이들은 사회적 통념상 허용되는 관행, 즉 “정당한 경영행위에 채용비리의 누명을 씌웠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고객 신뢰도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사안에 따라서는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의 자리 보전도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1일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수사참고 자료 형식으로 대검찰청에 이첩했다. 금감원은 ‘고발’이 아니고 ‘이첩’일 뿐이라고 선 그었지만, 연일 채용비리와 관련한 여론전을 확대하며 자신감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이첩은 검찰에 조사 자료를 모두 전달하고, 향후 수사 진행이나 기소 여부는 검찰 판단에 맡긴다는 뜻이지만,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檢, 수사단서 확보시 은행 ‘압수수색’… 이미지·고객신뢰 추락 = 대검찰청은 금감원이 이첩한 수사참고자료를 분석한 후 채용비리 사건을 일선 검찰청에 보낼 예정이다. 여의도에 본점이 있는 KB국민은행은 서울남부지검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중구에 본점을 두고 있는 KEB하나은행의 관할 검찰청은 서울서부지검이다.

검찰은 자료 검토를 통해 수사의 단서를 확보하면, 곧바로 추가 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에 나설 전망이다. 앞서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사건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 금감원은 최초 우리은행에 은행의 자체 검사를 지시한 후, 현장검사를 벌였고 그 결과를 대검찰청에 수사참고자료 형식으로 이첩했다. 이후 배당을 받은 서울북부지검은 3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인사팀장 등 실무자 3명을 체포했다.

때문에 은행들로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할 경우 고객 신뢰도나 이미지 타격은 물론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지배구조 문제로 오랜 기간 당국과 마찰을 빚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 회장은 채용비리 문제까지 더해져 검찰 발(發) 문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채용비리에 연루된 은행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대응 논리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검사반원과 은행 실무진이 사실 관계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이례적으로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한 채용이었다” 등 입장을 밝히며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 3월 주총 맞물려 ‘긴장’ =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반발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채용비리와 연루된 CEO의 책임 소재에 대해 “검찰에서 재확인한 다음에 결정할 수 있다”며 채용비리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금감원이 밝힌 채용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윤종규 회장과 김정태 회장을 향한 퇴임 압력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 정부가 ‘채용비리’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내달 주총을 앞두고 검찰의 수사 속도에 따라 경영진의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직접적인 비리 혐의가 밝혀진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 끝나지 않고, 여론몰이를 통해 CEO 물갈이로 확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채용 비리가 적발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기관장 해임 건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DGB대구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에 박인규 회장 운전기사의 자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자금 조성 의혹’에 이어 더욱 곤궁한 처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2016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은행 임직원과 관련 있는 지원자 3명의 합격 과정에서 채용비리 정황이 발견됐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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