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고별인사를 통해 “제가 8개월 전 이 자리에 섰을 때 ‘대변인의 말이 청와대의 품격’이라고 말했고 ‘말을 잘한다는 것은 잘 듣는다는 것이며 기자 여러분들의 전화, 말을 국민의 목소리로 듣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그동안 많이 부족했는데도 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는 “청와대의 말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만이 아니라 국회, 야당의 말씀을 잘 듣겠다고 그렇게 약속을 했다”며 “이 모든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지금 떠나는 마당에 죄송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저는 떠나지만 언제나 이 청와대에서 느꼈던 저의 경험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도록 제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그렇게 정성을 다해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를 통해 공개한 청와대 참모진 재산공개에서 유일하게 빚만 6465만 원 있어 꼴찌를 할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는 인물로 정평 나 있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4년 임기 내내 고속버스와 KTX로 지역구인 충남 공주에서 국회로 출퇴근해 ‘고속버스 국회의원’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성실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대변인 시절에도 자동차가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소형차인 아반떼 중고차를 사서 타고 다닐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했다.
8개월 전 문 대통령이 ‘대통령의 입’으로 발탁했을 때 서울에 집이 없는 박 대변인을 걱정해 청와대 인근 경호관들이 사는 일종의 관사 격인 대경빌라를 구해 준 것도 이러한 박 대변인의 성품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 출근 첫날, 문재인 대통령의 첫인사는 저의 숙소 걱정이었고, 이미 많은 언론에 알려졌듯, 대통령께서 직접 대변인의 숙소를 주선해 줬다”며 “입구에는 70년대식 작은 시멘트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미어지기도 하며, 행복하기도 하다”고 심경을 나타내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또 이 글에서 그는 “대통령님께서 구해주신 집으로 가는 길의 이 오래되고 못생긴 시멘트 계단은 제 마음의 심연을 끄집어내는 보물이다”며 “대통령님께서 저에게 주신 것은 대변인이라는 과분한 역할 뿐만 아니라, 이 작은 계단에 감사할 줄 아는 ‘착한마음’이다”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비록 박 대변인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약했지만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발탁한 배경도 이러한 성실성과 당 대변인과 원내대변인 등 총 5번 대변인으로 활동한 전문성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이날 박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인연은 스쳐 가지만 사람은 스며듭니다. 그 온기를 품고 세상 속으로 걸어가겠습니다”고 적힌 손 글씨가 인쇄된 카드를 전해 작은 감동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