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약 1조6000억 원에 호반건설에 매각키로 했다. 호반건설에는 분리매각 시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금융기관의 보증을 추가로 받을 것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3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호반건설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매각대상 지분 50.75%(2억1100만 주) 중 40%(1억6600만 주)는 즉시 팔고 나머지 10.75%(4500만주)는 2년 후 호반건설이 추가로 인수하도록 산은에 풋옵션을 주는 형태다.
매각가는 현재 주가에 약 30%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대로 정해졌다. 지난해 10월 매각 공고 당시 대우건설 주가는 7000원이 넘었지만 현재 주가는 6000원 대 초반이다. 이에 지분 전체 매각가는 1조6000억 원 수준이며 이 중 40%(약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산은은 즉시 회수하게 된다.
나머지 지분 10.75%의 풋옵션을 갖게 된 산은은 향후 호반건설이 이를 사지 못하게 될 상황을 고려해 추가 담보를 요구했다. 김상열 회장 지분 중 일부를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의 이행보증까지 확보하는 것이 향후 딜클로징 조건이다.
전영삼 산은 부행장은 “현재 호반건설이 어떤 금융기관과 보증 계약을 맺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며 딜 클로징까지 추가로 보고받을 부분”이라며 “풋옵션 관련 기본 조건들에 대해서는 일단 합의가 다 된 상태”라고 말했다.
산은은 다음달 호반건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정밀실사를 거쳐 최종 매매계약조건을 확정한 후 올여름께 매매계약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으로 산은은 대우건설에 투입한 자금 대비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보게 됐다. 다만 인수 이후 3차례에 걸쳐 주식손상차손을 인식해 지난해 말 기준 대우건설 장부가는 1조6000억 원대로 낮아진 상황이다. 올해 추가로 반영해야 할 손실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호남 기업 특혜 논란에 대해 산은은 지난해 7월 대우건설 매각자문사를 선정한 후 국내·외 188개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매도자 실사와 공고를 거쳐 지난해 11월13일 예비입찰에 13개 투자자가 참여했고 이 중 호반건설을 포함한 입찰적격자 3군데를 선정했다. 이달 19일 본입찰에 참여한 곳은 호반건설이 유일하다.
전 부행장은 “호남 기업 특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정상적인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진행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