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거침없이 치솟자, 증권 관련 업종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 활황에 따라 올 들어 일평균거래대금과 증시대기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 한몫을 했다. 실적개선 기대감과 함께 증권주가 저평가 구간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 종가 기준으로 증권업 지수는 2448.3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1986.01보다 460포인트 가까이 오른 수치로,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무려 710포인트가 올라 주목된다. 최근 증권사 주가들은 한때 무더기로 장 중 신고가를 찍기도 했다. 이달 들어 미래에셋대우(23.4%), NH투자증권(21.4%), 삼성증권(19.6%),대신증권(20.9%), SK증권(20.6%), 유진투자증권(25.9%), 한화투자증권(38.3%) 등 증권주 주가가 대부분 20~30% 가량 상승했다.
원재웅 NH증권 연구원은 “일평균거래대금과 증시 대기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증권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증권주 평균 PBR가 0.9배를 넘어 저평가 구간을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PBR는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현금 등 자산에 비해 주가가 몇 배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기준이다. 일반적으로 PBR가 1 아래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이어 “증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과 신용융자도 각각 24조 원과 10조 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며 “리테일 부문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증권주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최근 국내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부터 다소 조정을 받아 2400대 중반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상승세를 타며 수거래일째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1월 들어서만 4%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코스닥지수 역시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16년 만에 900선의 벽을 뛰어 넘었다.
특히 26일에는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2564.43을 기록하며 2562.23으로 마감해 종가와 장중 기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날 코스닥지수도 상승 반전하며 이틀 만에 다시 900선에 안착했다. 다음날인 27일 오전에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600선을 돌파하는 쾌거를 거두며,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원재웅 연구원은 “특히 코스닥시장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추가적인 증권주 프리미엄 부여도 가능하다”라고 전망했다.
증시 활황 기대감에 따른 자금 몰림 현상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통상 주가지수가 오르면 장이 활성화되고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일일거래대금은 한때 20조 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증시대기자금도 34조 원을 넘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달 들어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823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조5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58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거래대금(2조8086억 원)보다 4배 가까이 규모를 키웠다.아울러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한 자금을 의미하는 신용 융자도 23일 기준 10조994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 자금들이 밀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거래 급증에 따른 수익개선 기대속에 증권 업종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증시 강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도 개선됐던 증권사 실적이 올 들어서도 순차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매출액 추정치는 1조6736억 원으로, 전년(7960억 원) 대비 110.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6231억 원, 5109억 원으로 전년보다 200배와 30배 이상 올랐다. 올해 실적도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지난해보다 5.9%, 11.5%, 6.5가량 각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2090억 원으로 전년보다 29.3% 늘었다. 영업이익은 4854억 원으로 60.7% 성장했다.순이익도 3545억 원으로 50배가량 늘었다. NH투자증권의 올해 매출액,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순이익은 7% 가까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 삼성증권도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은 20%, 70%, 55% 이상 올랐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개선에 따른 증권사들의 이익잉여금도 두둑하게 쌓였다.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지난해 3분기 이익잉여금은 1조9976억 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조8219억 원)보다 9.6% 상승한 수치다. 이어 미래에셋대우가 1조6629억 원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1조5144억 원), 신한금융투자(1조3124억 원), KB증권(1조1002억 원), 키움증권(9809억 원), 메리츠종합금융증권(8722억 원), 신영증권(8498억 원), 한국투자증권(7190억 원), 하나금융투자(6928억 원), 대신증권(6600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