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투자심리를 달궈온 글로벌 증시 낙관론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의 혼란이 항상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 뒤에 나타났기 때문에 최근 활황에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다우와 S&P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다가 29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부담감에 조정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다우와 S&P지수는 이날 각각 0.67%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0.52%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새해 글로벌 증시의 이상 과열 현상이 투자자들 사이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올 들어 지난주까지 약 7.5% 올라 1987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 세계 증시 움직임을 종합한 MSCI올컨트리월드지수는 이달 들어 약 7% 상승해 1월 기준 3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새해 들어 불과 3차례만 하락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코스피는 이날까지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코스닥은 16년 만에 920선을 돌파했다.
전 세계에서 전반적으로 강한 기업 실적과 경제성장세가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는 증시 낙관론에 더욱 힘을 보탰다. 최근 미국 채권 금리 급등에 주식으로 갈아타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주식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우려의 소리도 커지고 있다. 짐 폴센 루홀드그룹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국 상장사들의 최근 주가수익비율(PER) 중간값이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다”며 “증시가 기록적인 랠리 끝에 마침내 고평가 범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홍콩 소재 미라바우드아시아의 앤드루 클락 트레이딩 부문 이사는 “올해 증시 랠리가 계속 펼쳐질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수 주 만에 한 해 상승폭과 맞먹는 랠리가 나타날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투자자들은 좀 더 방어적이 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믿음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이렇게 밸류에이션이 치솟고 나서 항상 침체기가 왔다”고 경종을 울렸다.
일각에서는 신흥국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상황을 근거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BoAML)의 아제이 카푸르 아시아태평양ㆍ글로벌 신흥시장 전략 대표는 “신흥시장의 거시경제 펀더멘털이 20년 만에 가장 좋은 수준”이라며 “약달러와 상대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밸류에이션에 힘입어 MSCI이머징마켓지수가 2년간 두 배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준호 기자 baejh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