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지난 3년동안 기술료로 약 6000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준 연 매출에 근접한 수치며 3년간 투자한 연구개발(R&D) 비용보다 많은 금액을 기술료로 벌어들였다. 최근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기존에 체결한 대규모 기술수출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추가 R&D 비용으로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30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에 92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기록했다. 2016년 제넨텍과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으로 수취한 계약금의 분할 인식에 따른 수익이다.
한미약품은 이미 2016년 12월2일 제넨텍으로부터 계약금 8000만달러를 받았다. 당시 원달러 환율 기준 1173원을 적용하면 938억원이 입금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계약금을 30개월간 분할 인식키로 했다. 2019년 상반기까지 매달 30억원 가량이 기술료 수익으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173억원, 163억원, 149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기록한 바 있다. 제넨텍의 계약금 분할 인식 이외에 기존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추가 마일스톤도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한미약품의 자체 경구용 항암제 기반기술 오라스커버리(HM-30181A)를 도입한 미국 아테넥스(옛 카이넥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약 7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도 유입됐다.
2016년에는 사노피와의 기술이전 수정 계약으로 기술료 성과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당초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사노피와 퀀텀프로젝트(당뇨약 3건)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 4억유로(약 4800억원)를 받았다. 이때 한미약품은 2015년 사노피로부터 계약금 4억유로(약 4800억원)을 받았지만 2556억원을 회계 장부에 반영했고 나머지는 36개월 동안 분할 인식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2016년 말 한미약품은 일부 과제(지속형인슐린)의 권리를 반환받는 등 계약 수정을 통해 1억9600만유로(약 2350억원)을 되돌려줬다. 한미약품은 사노피로부터 받은 계약금 중 약 1600억원 가량(기반영 수익 2015년 2556억원, 2016년 1~3분기 639억원)을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말 지속형인슐린 권리 반환을 포함한 계약 수정으로 1억9600만유로(약 2350억원)를 송금했다.
2016년 4분기 한미약품이 514억원의 기술료 적자를 기록한 배경이다. 한미약품이 회계상 사노피에 되돌려준 약 750억원 중 일부는 한미사이언스가 부담했다. 한미약품의 사노피로부터 받은 계약금 중 일부를 한미사이언스에 지급했기 때문에 반환할 때에도 한미사이언스도 같이 되돌려준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릴리, 베링거, 사노피, 얀센 등으로부터 받은 계약금으로 총 5125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냈다. 이로써 한미약품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5979억원을 기술료로 받았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개별 기준 매출액(7026억원)의 85.1%를 기술료로 벌어들였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 3년간 투입한 R&D 비용 5205억원(2015년 1872억원, 2016년 1626억원, 2017년 1707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수익으로 올렸다.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이 새로운 수익원(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도 자체개발 의약품의 선전으로 실속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혈증복합제 '로수젯'은 지난해 386억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64.3% 늘었고, 발기부전치료제 '팔팔'은 14.1% 성장한 292억원어치 팔렸다.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이 전년보다 5.3% 감소했지만 640억원의 매출로 건재를 과시했고, 항궤양제 '에소메졸'(226억원), 발기부전치료제 '구구'(174억원) 등 자체개발 제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내수 시장 매출액 중 자체개발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육박한다"면서 "자체개발 의약품의 고른 성장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