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수출이 위험하다

입력 2018-01-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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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미국 발 무역전쟁이 수출산업의 숨을 막고 있다. 미국 정부는 22일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우리나라 상품이 최고 50%의 관세율을 부담하는 등 집중적인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향후 철강, 자동차, 화학은 물론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까지 무역전쟁의 희생물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15.8%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3.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산업이 무너질 경우 경제가 다시 2%대의 저성장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 수출 증가율 목표를 4.0%로 잡았다. 지난해 실적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현 추세로 갈 경우 4%의 수출 증가도 장담하기 어렵다. 2015년과 2016년 우리나라 수출은 각각 8.0%와 5.9%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자칫하면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다시 장기 추락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산업은 구조적으로 불안하다. 우선,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등 일부 품목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 증가는 360억 달러로 전체 수출 증가의 46%를 차지한다. 반도체에 대해 미국이 무역보복을 가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 치명타를 입는다. 더욱이 올해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반도체의 공급과잉이 임박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적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가격 하락으로 우리나라 반도체의 수출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반도체의 70%이상을 자급자족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시한부로 끝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수출 상품은 일본상품과 중국상품의 틈에 끼여 가격경쟁력이 취약하다. 연초부터 원화가치가 급등세로 치달아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9월 말 달러당 1150원에 육박하던 환율이 올 들어 1050원을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해를 입는 업종이 반도체와 자동차이다. 원화가 1% 절상하면 반도체는 영업이익이 2% 감소하고 자동차는 영업이익이 4% 감소하는 구조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과 금리인상이 수출기업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반기에 원화강세가 계속하여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원화가치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매년 1000억 달러에 가까운 경상수지 흑자다. 미국이 계속 약 달러화 정책을 펴는 것도 원화 강세의 주요 이유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받을 가능성이 있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중국이 한·미FTA 개정협상과 한·중FTA 추가협상을 본격화해 우리나라 수출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내세워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나라 상품 수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한·미FTA 개정협상이 미국의 일방적 압박에 밀려 매우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중국은 사드추가배치 중지, 미국미사일방어체제 편입 반대, 한·미·일 군사동맹 금지 등 3불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무역보복을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수출산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의 불공정한 무역 압박은 막아야 한다. 동시에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는 외교정책을 통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공정하고 호혜적인 자유무역협정을 이끌어 내야 한다. 또한 통화정책과 외환정책을 신축적으로 펴 환율과 금리를 안정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여 전천후적인 경제영토를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동남아, 중동, 인도, 남미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시장을 넓혀야 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동남아 3국을 방문할 때 제시한 신남방정책은 한시바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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