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요 20개국(G20) 통화 중 유로화에 이어 두 번째로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절상)를 기록하면서 그 어떤 통화보다도 달러 약세에 편승했던 것과는 판이한 분위기다.
26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060원과 1075원 사이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0~12월) 동안 원·달러 환율이 74.9원(7.0% 절상)이나 급락하면서 바닥에 가까웠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데다 8일 외환당국이 1060원 밑에서 고강도 개입에 나서며 1060원 방어의지를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스권 하단에서는 달러 매수 수요가 탄탄하다. 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원·달러가 급등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분위기도 많아 1070원대 중반에서는 달러 매도 수요도 많다.
이같은 분위기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발언에 깨지는 듯 했다. 24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므누신 장관은 “달러 약세를 환영하며 이는 미국 무역에 호재”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가 90포인트 수준에서 88포인트 수준까지 급전직하했다. 이 영향에 25일 원·달러 환율도 1058.6원을 기록하며 2014년 10월30일(1055.5원) 이후 3년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25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계속 강세를 유지할 것이며 전날 므누신 재무장관의 발언은 맥락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므누신 장관 발언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로 뒤집은 셈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도 다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88.5포인트선까지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도 26일 현재 0.9포인트(1.0%) 가량 오른 89.4포인트선에서 거래중이며,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는 25일 종가대비 7.6원이나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북핵리스크가 불거졌던 지난해 중반 원·달러는 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와 달리 움직인 바 있다. 이후 북핵리스크가 잦아들고 경제호조와 이에 따른 금리인상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원·달러가 미뤘던 하락압력을 일시에 받았다”며 “올 초 외환당국이 개입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원·달러가 바닥까지 와 있다는 인식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의 흐름이 중요하겠지만 원·달러가 그간 미뤄놨던 재료를 다 반영한 만큼 방향성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새로운 국면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