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브 매각이 개시되면서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 매각주관사인 삼일PwC는 인수 후보기업에 투자설명서를 발송했다. 딜라이브 매각은 2015년에도 추진된 바 있어 투자설명서에는 상세 내용이 담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올해에는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높은 상황이다. 채권단이 딜라이브 주주에게 빌려준 2조20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의 만기는 2019년 7월이다. 딜라이브 인수금융 만기는 2007년 이후 3차례 연장됐다. 이 때문에 딜라이브 채권단은 또 다시 인수금융 만기 연장을 고민하기 전에 매각을 성사시키려 하고 있다.
시장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딜라이브 인수 후보는 LG유플러스, SK, KT, 태광, CJ 등 국내 주요 방송사업자가 꼽힌다. 이 중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사업자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18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CJ측에서 부인했다. 딜라이브 매각자 측에서는 인수 후보가 줄어들지 않은 셈이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 33%를 넘기지 못하게 하는 합산 규제가 올해 6월 일몰되는 것도 딜라이브 매각에는 호재다. 박근혜 정부는 미디어 사업자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2015년 ‘3년 후 일몰’을 조건으로 합산규제를 시행했다. 현재 해당 법은 점유율 제한 비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미디어 사업의 대형화가 유도될 뿐 아니라 KT도 딜라이브 인수에 나설 수 있게 된다.2017년 상반기 기준 KT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30.45%다.
IB업계 관계자는 “미디어 산업의 대형화와 다각화 역시 글로벌 추세인 만큼 인수 후보들이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이 회사의 본격 매각에 앞서 자회사인 IHQ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IHQ는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뿐 아니라 코미디TV, 드라맥스, K-스타 등의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매각자 측은 IHQ의 별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 후보의 의사를 고려, 딜라이브와 묶어서 통으로 매각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IHQ가 딜라이브 매각에 마중물 역할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국 등 해외기업이 IHQ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딜라이브의 예비입찰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최종 결과를 봐야 할 뿐 아니라 IHQ의 매각이 선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인수 후보 중 일부가 아직 딜라이브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변수다. 이들은 규제가 풀리는지 여부에 따라 딜라이브 인수 참여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딜라이브의 매각 가격은 2015년 당시 2조 원 안팎이 거론됐다. 하지만 한 번 매각이 실패한 데다 인수 경쟁이 아직까지는 치열하지 않아 예상 거래 가격은 과거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딜라이브 매각협의회는 가격을 높이기보다는 거래 성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딜라이브의 실적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하향세는 주춤한 것으로 평가된다. 딜라이브는 2016년 연결기준 매출액 5891억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069억 원, 영업이익 72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액은 2.3%, EBITDA 1.8%, 영업이익은 1.4% 각각 감소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