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종업원 연기금이 일본 대기업 중에는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소식통은 “파나소닉 연기금의 검토가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공식적으로 도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집사(Steward)’처럼 고객의 자금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결권 행동지침이다. 기관투자자들이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영국이 지난 2010년 세계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일본 정부도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부흥책)의 핵심 중 하나라는 판단으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올해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을 포함해 일본 내에서 그동안 200개 이상의 자산관리업체와 금융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서명했다. 그러나 비금융 대기업들은 세콤만이 도입했을 정도로 아예 무관심한 반응을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파나소닉처럼 크고 영향력 있는 기업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다른 기업도 이를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사이토 다쿠지 게이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파나소닉이 움직이면 지배구조는 물론 기업 전략 측면에서도 모든 기업의 모델이 될 것”이라며 “다른 기업들은 자신의 현 전략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기업 종업원 연기금은 수백 개에 달하며 회사 경영과 의사결정에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는데 그 중심에 있던 파나소닉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일본회사임원육성기구(Board Director Training Institute of Japan·BDTI)의 대표로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니콜라스 베네스는 “일본 기업들은 파나소닉과 도요타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왔다”며 “파나소닉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앞으로 2년 안에 다른 많은 기업이 합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도요타 종업원 연기금은 아직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