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금전적 가치 지녀...특별법으로 거래소 인가해야“

입력 2018-01-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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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가상통화관리업자가 투자자 자금과 가상통화 개인키 보관해야

가상통화의 법적 성격과 규율 방안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끌고있다. 기존 법 개정이 아닌 특별법 제정을 통한 가상통화 거래소 인가제 도입과 불공정거래 제재가 골자다. 정부가 가상통화에 대한 개념 정립조차 안 돼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만큼 규제책 마련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최근 배승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가상통화 법제구축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배 연구원은 이 논문에서 가상통화를 국내법 체계에서 가장 적합하게 다루기 위한 방안으로 ‘가상통화업에 관한 법률’(가칭·이하 가상통화업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내에서 가상통화 관련 정식 논문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가상통화와 관련한 법안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과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이 논문은 기존법 개정을 통한 가상통화 규율은 가상통화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불공정거래 제재 폭이 좁다는 점 등에서 한계를 지적한다.

 우선 가상통화업법에는 가상통화가 ‘금전적 가치’를 지녔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에 거래 중개자는 금융위원회 허가와 금융감독원의 영업행위 규제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국내 금융당국에서는 가상통화의 성격을 재물·금전 등으로 볼 것인지 가치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당국이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과세 원칙을 밝힌 만큼 조세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성격 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논문에서 제시된 가상통화업법에는 가상통화거래소를 기존 증권거래소와 같이 중개·매매 업무만 담당하도록 설정했다. 주식 거래 시 중개는 거래소가 하고 자금은 증권금융회사로, 주식은 한국예탁결제원으로 각각 나뉘어 관리되는 것처럼 가상통화거래소 역시 이들 기관을 분리해 인·허가 또는 등록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가상통화거래소가 파산하더라도 별도의 독립된 가상통화관리업자가 투자자의 자금과 가상통화 개인키를 보관하기 때문에 투자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기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는 가상통화거래소의 인가 요건으로 자기자본 5억 원을 제시했지만 이 기준을 30억 원으로 높였다. 현재는 가상통화거래소들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로서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거래와 업무의 실질을 고려했을 때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와 비슷한 수준의 자본규제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가상통화업이 성장 초기단계인 점을 고려해 기업실증특례(규제샌드박스) 제도도 제시했다. 이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형태로 자본이나 인적·물적 규제를 갖추지 못한 신규 가상통화업자가 시험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 형태로 로보어드바이저 신규 사업자에 적용해 초기 시장을 육성한 바 있다.

 이외에도 가상통화 거래 기록을 10년간 보존하도록 하고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다. 국제적으로도 가상통화에 대해 기존 증권거래 시 적용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포괄적으로 적용시킨 것은 논문에 제시된 가상통화업법이 처음이다. 가상통화거래 시 범죄행위가 사기죄 등으로만 다뤄지기 어려운 데 따른 것이다.

 저자는 가상통화업법을 고안하면서 이미 가상통화를 제도권에서 다루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주로 참고했다. 미국 뉴욕은 이미 2015년 가상통화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해 제도권 내에서 거래소 운영을 감시하고 있다. 워싱턴주는 가상통화업자를 자금송급업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며 규제한다. 일본의 경우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거래소를 인가제에 준하는 등록제로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연방법으로 제정된 통일가상통화업규제법이 올해부터 개별 주에서 의회 통과를 거쳐 적용될 경우 국제적으로도 거래소 양성화가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글로벌 기조와는 반대로 현재 국내 금융당국은 불법 가상통화 중개소는 물론이고 거래소 전면 폐쇄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장려해야하지만 거품이 심한 가상통화 거래는 차단하겠다는 이중 노선을 취하는 상황이다.

이날(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가상통화 대응에 관한 긴급 현안보고에서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현재 협의 중인 여러 안에 전면폐쇄 등 모든 입장이 들어있다”며 “관계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래소 전체 폐쇄를 위해서는 입법 근거가 필요해 법적 제도 마련이 우선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배승욱 연구원은 “현재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를 구분지어 한쪽은 키우고 한쪽은 제어하겠다는 시도는 의미가 없어보인다”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제도권 내로 안착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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