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조희연 교육감은 “해당 소프트웨어는 MS사에서만 만든다”며 “(수의계약으로) 오히려 예산을 많이 절약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답변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이 의원은 “왜 자꾸 핑계를 대느냐. 사퇴하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수의계약’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담긴 해프닝이었습니다.
수의계약은 결코 부정한 거래가 아닙니다. 매매 또는 도급 등을 계약할 때 경매나 입찰이 아닌, 적절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해 맺는 계약을 뜻합니다. 경쟁계약과 대립되는 개념인데요. 계약의 목적과 성질이 경쟁입찰에 적합하지 않을 때, 가격이 소액이거나 유찰이 반복될 때에는 오히려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전적 논리를 앞세운 일부 기관들의 부정한 수의계약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됩니다.
최근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한곳에도 때아닌 수의계약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바로 교통안전공단인데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97만여 대의 자동차 리콜을 주도하며 존재의 당위성을 인정받은 곳입니다. 올해부터는 새 이사장을 맞고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 이름도 바꿔가며 심기일전 중이지요.
이곳 공단에서는 매년 50억 원 가까운 수의계약을 체결합니다. 그 많은 계약 가운데 자동차 부품 구매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다양한 실차 테스트와 부분별 충돌 테스트를 위해 직접 부품을 구입하는 것인데요. 보행자 충돌 안전도를 테스트하는 경우 양산차와 동일한 순정 보닛과 앞범퍼 등을 구입해 평가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메르세데스-벤츠 부품의 경우 공식딜러사인 한성자동차와 더클래스 효성 등에서 번갈아 가며 부품을 구입합니다. 수의계약인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공공기관으로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곳에서 순차적으로 부품을 구입하는 게 관례입니다.
반면 이곳 공단이 토요타 부품을 구입할 때는 유독 사정이 달랐습니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은 특정 토요타 딜러사와 수의계약을 반복해서 체결하고 이곳에서만 부품을 공급받았습니다. 당장 서울과 경기권에만 총 4곳의 공식 딜러가 신차는 물론 부품판매 영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판매하는 부품가격은 물론 동일합니다.
그럼에도 유독 LS그룹 계열사에서만 500만~1500만 원에 달하는 수의계약을 집중적으로 체결한 사실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수의계약을 전수조사하면 더 많은 의혹이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입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공식입장을 통해 "한국토요타 법인에 관련부품 구입을 문의했고, 지속적으로 특정 딜러를 통해서만 부품을 구입하도록 안내받았다"며 "공단의 정책의도와 무관한 수의계약이었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공단 내규상 2000만 원 미만의 금액은 수의계약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여러 딜러에서 순차적 수의계약이 아닌, 특정 딜러 한곳에서 집중적으로 부품을 구입해 왔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주무기관인 국토부 역시 이 같은 수의계약의 문제점을 이미 확인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국토부 물류실장이 이곳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서일까요. 애써 외면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입니다. 언제까지 모른 척으로 일관하려는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