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글로벌 증시가 ‘불마켓(bull market·황소장)’ 행보를 이어가며 국내 펀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골디락스 환경이 2년 연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 가운데, 아시아 신흥국들이 유망 투자처로 손꼽히고 있는 것. 특히 국내시장에서는 신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기조에 힘입어 중소형주들이 반등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골디락스 속 글로벌 상승랠리 예고 = 펀드 수익률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글로벌 매크로 환경은 저금리와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바탕으로 우호적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블랙록자산운용은 ‘2018년 글로벌 전망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증시 상승 여력은 제한되나, 경기 동반 확장세가 올해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B증권도 올해 글로벌 경기 호조에 힘입어 펀드 등 위험자산 랠리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다만, 작년과 달리 투자 행보가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오온수 KB증권 멀티에셋전략팀장은 “자산시장의 경로 자체는 순탄하기보다 요철 구간을 거치며 펀더멘털을 확인할 것”이라며 “펀드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높아져도 냉정을 잃지 않고 ‘시간을 보유’하는 피터린치의 투자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변수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 일본 등 세계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과 트럼프 정부의 실각 가능성에 따른 정치 리스크, 중국 부채 리스크 문제 등을 꼽있다.
◇유망 투자처…“아시아 신흥국 주목하라” = 지역·국가별 유망 투자처로는 아시아 신흥국이 꼽혔다. 리처드 터닐 블랙록운용 글로벌 최고투자분석가는 “올해 추가 상승 여지가 크게 줄어든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신흥국은 올해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시아 신흥국을 최우선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다. 그는 “(신흥국) 기업들은 낭비적 투자를 줄였고 비금융기업의 잉여 현금흐름도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선진시장을 앞서고 있다”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세계은행이 이달 10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4.5%)은 선진국(2.2%)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신흥국 중에서도 중국, 인도, 한국 등이 포함된 원자재 수입국(5.7%)이 남미 등 원자재 수출국(2.7%)보다 성장률이 월등히 높을 것으로 봤다.
시장 일각에선 선진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격히 낮아진 데 따라, 신흥국 채권 펀드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도 나왔다. 키이쓰 웨이드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루블화나 브라질 헤알화 등 현재 신흥국 통화 가치는 매우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현지 통화 표시 채권도 유망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이와 함께 중국이 작년 디플레이션 우려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인 데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7%에 근접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투자처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국내시장, ‘중소형주 펀드’ 뜨거울 것 = 한편, 국내시장으로 투자 대상을 좁힐 경우 바이오주나 제4차 산업혁명 관련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시장으로서 코스닥시장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연내 증권기관, 중기청, 국세청 등과 합심해 코스닥 붐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3000억 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업(Scale-up)’ 펀드를 조성하고 코스닥·코스피 시장을 아우르는 통합주가지수 ‘KRX300’를 개발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참여를 유도한다.
금융당국에서 보낸 긍정적 시그널에 코스닥 투자자들도 적극 화답했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12일 셀트리온과 대웅제약 등 대형 바이오주들의 거침없는 상승세에 힘입어 장 마감 기준 873.05까지 치솟은 채 거래를 마쳤다. 이와 관련,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펀드 조성 방안은) 코스닥 중소형주의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통합주가지수 개발은) 코스닥에서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