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진로그룹이 박문덕 회장의 큰 아들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의 편법승계를 위해 10년간 부당지원한 행위를 적발했다.
이에 공정위는 과징금 107억 원과 박태영 본부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장기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소속회사 자산총액 합계가 5조 5000억 원으로 하이트진로홀딩스를 지주회사로 하이트진로를 주력회사로 12개 계열사가 소속돼 있다. 국내 맥주시장의 2위 사업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박태영이 2007년 12월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각종 통행거 거래와 우회지원으로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줬다. 서영이앤티는 박태영 외에 친족 지분이 99.91%에 달하는 회사다.
우선 삼광글라스에서 직접 구매하던 맥주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공캔 1개당 2원)를 지급했다. 이를 통해 2007년부터 2012년말까지 매출규모가 6배나 급증했고 해당기간 당기순이익의 49.8%에 달하는 이익(56억 2000만 원)을 제공받았다.
또 2013년부터는 공캔 통행세 거래 대신 삼광글라스가 직접 구매하던 공캔의 원재료인 알루미늄 코일과 글라스락캡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거래하면서 통행료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계열사간 거래는 법위반 적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계열사가 아닌 거래로 대체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다.
서영이앤티는 이 과정에서 1년 1개월 동안 59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하고 영입이익 20.2%(8억 5000만 원)를 제공받았다.
글라스락캡 통행세로는 323억 원의 매출과 당기순이익 1309.9%에 달하는 이익(18억 6000만 원)을 올렸다.
아울러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가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100%)을 고가(25억 원)로 매각할 수 있도록 인수자와 이면약정을 체결하고 인수된 회사에 거래단가를 인상해주는 방식으로 우회지원했다.
당시 박태영은 하이트진로의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서해인사이트 주식 고가매각에 직접 관여하기도 했다.
10년에 걸친 하이트진로의 부당지원행위로 공정거래질서는 심각하게 훼손됐다.
서영이앤티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맥주공캔은 47%, 코일은 14.47%, 글라스락캡은 58.7%에 달한다. 또 서영이앤티가 글라스락캡, 가공식품 수입·도매, 백화점 유통벤더 등은 모두 중소기업 시장이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총수2세의 경영권 승계구도를 구축했다. 서영이앤티는 2008년 2월 하이트진로에 편입된 이후 박문덕 회장의 지분 증여, 기업구조개편 등을 통해 2011년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총수가 단독지배하던 구조에서 서영이앤티를 통해 2세와 함께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에 대해 부당한 지원행위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위반으로 시정명령, 과징금 107억 원, 하이트진로 및 박태영·하이트진로 대표이사 김인규·임원인 김창규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허위자료 제출에 대해 법인에게 1억 원 및 해당 직원에게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장기간에 걸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각종 불공정행위를 통해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하고 중소기업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사례를 적발·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