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가 나서서 자율주행자의 무기화를 우려했다고 지난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치 루 바이두 부회장 겸 최고운영자(CO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서 “자율주행차의 속성은 본질적으로 무기”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의 정부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자율주행차의 속성을 생각할 때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루 부회장은 “자율주행차의 발전 속도는 규제 기관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는 자율주행차를 도로에 언제 안착할지, 어떤 조건으로 허용할지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현지 규제 당국의 요구에 맞는 높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율주행차가 압도적인 수혜를 가져다주긴 하지만 기업과 규제 기관 간의 충분한 대화 없이는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라며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지를 두고 긴 고민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인공지능(AI) 전문가로 일했던 루 부회장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2016년 부사장 자리를 내놨다. MS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의 측근이었던 루가 사퇴하자 세간에서는 안타까워하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작년 1월 바이두의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루 부회장은 바이두 부사장으로 합류하면서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낙관했다. 당시 그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뿐 아니라 의도적인 테러도 자율주행차가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런던이나 미국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차량 테러를 예로 들며 “미래에는 누가 차를 컨트롤하든 차가 사람을 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듯 루 부회장은 자율주행차의 기술력을 지지하면서도 규제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이두는 인터넷 광고사업에서 수익원을 다양화하고자 자율주행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두는 이번 CES에서 자사의 자율주행차량 플랫폼 ‘아폴로 2.0’을 선보였다. 아폴로 2.0은 아폴로 1.0 버전에서 업데이트한 것이다. 엔디비아, 인텔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인 포드, 다임러 등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바이두는 내년까지 중국 현지에서 자율주행차량을 생산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중국 장화이자동차(JAC),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