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가 초래한 알뜰폰 비극

입력 2018-01-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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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산업2부 기자

2011년 정부가 통신비를 내리기 위해 야심차게 도입했던 알뜰폰 사업이 출범 6년 만에 고사 위기에 놓였다. 특히 새 정부가 펼친 통신비 절감 정책은 알뜰폰 업계를 부진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는 알뜰폰협회를 탈퇴했다. 가입자는 정체되고 수익성은 없어 내린 중대 결정이었다. CJ헬로는 앞으로 주력 사업을 알뜰폰에서 가전렌털 사업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내년 초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한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 1위 기업의 이탈과 함께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파산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수년간 시장점유율이 10% 초반에 머무르면서 정체되고 있다. 출범 후 줄곧 늘어났던 가입자 수가 지난해 2분기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7월에는 처음으로 이탈 고객이 유입 고객을 추월해 버렸다.

재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출혈경쟁을 벌여 부실을 자초한 점도 있다. ‘반값요금제’, ‘0원 요금제’ 같은 파격 요금제가 실제로 출시되면서 영업적자만 불었다. 알뜰폰은 2011년 출범 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적 영업 손실 규모는 3309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의 고민 부족이 알뜰폰 업계의 위기에 직격탄이 됐다고 본다.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 주겠다는 새 정부의 구호가 유독 알뜰폰 업계에는 예외였다. 지난해 정부는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7.2%포인트로 결정했다. 애초 10%포인트 이상 약속했던 것에 턱없이 부족한 공약 후퇴다. 25% 요금할인제(선택약정할인) 등 정부의 각종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종전 이통사들의 요금제가 내려가면서 태생적인 이유가 통신비 인하였던 알뜰폰 업계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알뜰폰을 고사시키는 정부가 통신비 인하 공약을 실천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한국 신생기업의 5년 생존률은 약 27%로, 유럽연합 주요 5개국 평균 생존률(42%)의 3분의 2 수준이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 한국에서 처음 문을 연 10개 기업 중 7개사 이상이 5년 뒤면 사라진다는 얘기다. 알뜰폰의 경우 기업이 아니라 산업 자체가 5년 만에 사라지게 생겼다. 알뜰폰이 이대로 쓰러지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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