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중국이 규제에 부딪혔다. 과도한 전력 소비와 금융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당국이 비트코인 채굴 산업 금지를 유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중국 정부의 태스크포스(TF)가 각 지방 정부에 비트코인 채굴 사업 중단을 유도하라고 지시한 문건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는 당국의 비트코인 거래와 가상화폐공개(ICO) 금지에 이은 비트코인 규제 조치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정부의 TF가 지방 정부에 채굴 사업을 종료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지시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종료 기한은 설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은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 채굴한다. 채굴자들은 컴퓨터 작동을 위해 주로 전기가 풍부하고 전기료가 낮은 곳을 택한다. 중국 비트코인 채굴업체 라이트닝에이식의 리오 시앙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전 세계 비트코인의 약 4분의 3을 채굴한다고 밝혔다. 중국 채굴자들은 신장과 내몽고, 쓰촨, 운남 등 석탄 및 수력 발전이 풍부한 지역에서 값싼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디지코미니스트는 비트코인 채굴로 소비되는 전력이 세계 전력 소비량의 0.17%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FT는 중국 정부의 공문은 지방 당국이 채굴 작업을 직접 금지하는 게 아니라 전력 소비나 토지 이용, 세금 징수 및 환경 규제에 대한 정책을 엄격히 시행함으로써 채굴 기업을 압박하게 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투자 및 산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단속은 당국이 가상화폐를 국가 지원을 받을 가치가 없는 산업으로 판단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채굴자들은 해외 이전을 모색하고 있다. 리오 CEO는 “다른 나라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데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너무나 많은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산업 단지로는 필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비트코인 ‘폐광’이 세계 비트코인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80%에 가까운 양을 생산하는 중국이 채굴을 중단하면 이를 회복하는데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