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직업에 감정은 사치

입력 2018-01-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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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7, 8년 전 좋게 말하면 선배, 나쁘게 말하면 꼰대들이 나에게 “빨리 프로가 돼야지, 언제까지 아마추어처럼 굴 거야”와 같은 시답잖은 소리를 했었다. 그리고 지금 좋게 말하면 선배, 나쁘게 말하면 능력 없는 윗사람들이 나에게 “빨리 네 후배도 너처럼 프로로 만들어야지”와 같은 이해 안 되는 소리를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사전적으로도 다른 의미가 있다. 아마추어는 ‘어떤 일을 취미로 삼아 즐기는 비전문가’, 프로는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한다.

사전적인 정의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직업을 그런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나는 아마추어도, 프로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일이 좋아서 하지 않을뿐더러 전문적인 기술은 더더욱 없다. 그냥 원초적인 이유, 돈이 필요해서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니,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도 돈이라는 요소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지속할 수 없다. 직업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애초에 직업을 프로와 아마추어로 나누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기간에 종사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자위하거나 포장하기 위해 자기가 가진 직업이라는 것에 많은 감정을 투영하는 실수를 범한다.

내가 아는 몇몇 후배들은 “이 일이 좋아서 지원했습니다”라는 포부를 당당히 밝히고 입사했지만, 1년도 못 채우고 그만두는 것을 수없이 봤다. 그에 반해 난 ‘돈 주니까 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같은 필드에서 7, 8년의 세월을 보내며 생각보다 좋은 대우와 인정을 받고 있다.

애초에 직업에 돈 이상의 가치를 바라면 안 된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가진 ‘기대’라는 감정이 모든 힘든 감정을 낳는 매개체가 되는 것 같다. 처음부터 기대가 없다면 실망도 없을 것이니까. 무언가를 바라고 원하는 것이 크면 클수록 힘들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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