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7년 정기회 의결 법률안 재정소요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9월 1일부터 100일간 진행된 정기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모두 428건이다. 이 중 법안 통과로 추가 재정투입이 요구되는 개정법은 103건으로, 비용 추계한 39건에 대해서만 2022년까지 연평균 7999억 원이 소요될 것이란 게 예정처 분석이다.
특히 많은 재정이 필요한 개정법은 산재보상법이다.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할 때 발생하는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토록 한 법 개정에 따라 예정처는 당장 내년에 4568억 원, 향후 5년 동안엔 총 3조403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연평균 6806억 원 규모다.
고용노동부 연구용역에서 연간 출퇴근 재해자 수가 매년 자동차사고 7만420명, 이 외 사고 2만3825명으로 1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들이 모두 산재 인정을 받는다면 2018년 기준 요양급여 15297억 원, 휴업급여 2576억 원, 장해급여 153억 원, 유족급여 367억 원 등이 소요될 것이란 계산이다.
이른바 ‘깔창 생리대’ 실태가 알려지면서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청소년복지지원법도 개정돼, 연평균 169억 원의 추가 재정투입이 요구된다. 여기에 가정폭력 피해자 등이 보호시설에서 퇴소할 때 자립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한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개정으로 연 61억 원, 아동학대 예방 시행 등을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연 42억 원 등이 추가로 필요해졌다.
이와 함께 소방장비관리기본계획 수립과 실태조사, 소방장비정비센터 지정 및 사업보조를 위한 소방장비관리법 시행에 연 43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필요 재원이 예정처 추산액만큼 내년 예산안에 모두 반영된 건 아니다. 예컨대 개정된 산재보상법 시행을 위해 편성된 내년 예산은 4083억 원으로, 예정처 추산액보다 500억 원 가까이 적다. 예정처 관계자는 “우리는 연간 출퇴근 재해자 수 모두가 재해 인정을 받는다는 가정하에 추산했지만, 정부에선 산재 인정이 까다롭고 시행 초기인 만큼 변수가 많을 것으로 보고 예산을 적게 편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외에도 당장 내년부터 효력을 갖는 개정법 시행에 따른 추가재정이 얼마나 예산에 포함됐는지는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