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美 IT 업체들이 혐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

입력 2017-12-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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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국제경제부 기자

미국 IT 업체들이 최근 혐오 표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며칠 전 트위터는 영국의 극우 정당 ‘브리튼 퍼스트’의 대표와 부대표 계정을 강제 삭제했다. 이 정당의 대표는 반무슬림 동영상을 올린 전적이 있다. 그는 8월 한 집회에서 증오 연설을 한 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도 모두 규제 당국의 압박을 받으며 인종, 성, 종교 등을 이유로 특정 대상을 깎아내리는 콘텐츠를 삭제 조치하는 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이 직접 나서 혐오 표현을 단죄하자, 표현의 자유 논란이 불붙었다. 혐오 표현인지 아닌지를 기업이 직접 판단하고 콘텐츠 유통을 막는 것이 적절하냐는 반박이 제기된 탓이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자유가 특정 집단을 차별하거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트위터로부터 계정을 정지당한 정당 대표는 무슬림과 같은 소수 인종의 인권을 부정했다. 이들은 철저히 약자를 비난한다.

신문발행인에 불과했던 율리우스 슈트라이허가 1946년 독일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유를 생각해볼 때다. 그는 물리적으로 나치 전범에 가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헤이트 스피치’, 즉 특정 인종, 국민을 혐오하는 혹은 혐오를 유도하는 발언을 한 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정책을 국민이 지지하게끔 한 것이 그의 죄였다. 표현의 자유보다 그에 따른 책임을 더 무겁게 여긴 판결이었다.

표현의 자유가 그 어떤 가치보다 절대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때는 그것이 권력을 향한 감시와 비판 기능을 할 때다. 그렇지 않고 약자를 향해 인종, 성, 종교를 이유로 비난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유럽의 규제 당국이 혐오 표현을 방치하지 말라고 IT 기업을 압박하고, 해당 기업이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이것이 자유와 다양성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존중되는 방향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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