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 자전거로 영역을 넓힌 공유경제가 이제 옷장을 노리고 있다. 의류업계에도 공유경제가 확산하는 추세라고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쇼핑센터 체인업체 웨스트필드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의 약 20%는 옷을 대여하는 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에 거주하는 응답자는 영국 평균보다 2배가량 높은 약 40%가 대여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매월 200파운드(약 28만 원)를 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2009년 미국에서 설립된 렌트더런웨이는 의류를 대여해주는 ‘공유 옷장’의 대표주자다. 결혼식이나 졸업식 등 특별한 행사를 위해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대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고 옷과 액세서리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6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억 달러(약 108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렌트더런웨이 회원은 한 달에 159달러를 내면 블라우스와 드레스, 코트와 지갑에 이르기까지 옷과 액세서리를 무제한으로 빌릴 수 있으며 동시에 최대 4가지 아이템 선택이 가능하다. 10월에 이 업체는 한 달 이용료가 89달러인 저가 멤버십을 추가했다. 렌트더런웨이 측은 “고객의 풀타임 옷장이 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국 백화점 업체 노드스트롬이 소유한 의류 공유 서비스 트렁크 클럽은 등록된 회원에게 매달 한 상자의 옷을 보내는 일종의 ‘구독’ 시스템을 운영한다.
CNBC는 공유 옷장 업체들의 경쟁자는 자라나 H&M처럼 저렴한 옷을 판매하는 패스트패션 업체들이라고 설명했다. 제니퍼 하이먼 렌트더런웨이 공동창업자는 지난 10월 일상복 부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드러내며 “자라와 H&M을 밀어내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제임스 바코스 올리버와이먼 글로벌소매업담당 수석 책임자는 “소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입하는 방법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홈디포와 아마존 등 전통적 업체와 온라인 상점을 막론하고 소매업계에서 소비 패턴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매업계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아마존도 구매가 아니라 대여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판로를 넓히고 있다.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통해 전자책 및 영화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축 및 인테리어 자재 판매업체 홈디포는 짧은 시간 공구를 사용하려는 고객을 위해 각종 공구를 빌려준다.
FT는 구독·대여 형식이 소유권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소비재 회사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됐다고 전했다. 버치박스가 그 예다. 버치박스는 한 달에 10달러의 구독료를 받고 화장품과 미용 제품의 샘플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러 제품을 사용해보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변덕스러운 습관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다만 쇼핑센터 소유주들은 공유경제의 확대로 판매 통로가 끊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