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회계 감시와 경영진 견제 역할을 하는 금융권 감사위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BNK 등 지방금융지주 감사위원의 경우 금융권 경력이 없은 인사가 많아 선임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외부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감사위원 추천 시 지주회장 입김을 배제하고 관련 경력 3년 이상 등 감사위원의 자격요건을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21일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8곳(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BNK·JB·DGB)의 이사회 내 감사위원 현황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지방금융지주는 감사위원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포함돼 있거나, 지주 회장이 직접 감사위원 추천에 관여하고 있었다.
BNK금융지주는 현 대한석유협회 부회장(문일재 사외이사), 전 OBS부회장·울산방송 대표(차용규 사외이사) 등 금융 관련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는 인사들이 감사위원에 포함돼 있다. 문일재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권 때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JB금융지주는 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김대곤 사외이사)이 감사위원이다.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출신인 김대곤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권 시기인 2003년에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냈다. 금융보다는 정치와 행정분야에 가까운 인물이다. KEB하나은행은 물티슈와 생활위생용품을 만드는 회사 대표(박문규 사외이사)가 최근까지 감사위원을 지냈다.
지방금융지주는 감사위원 후보 선임에 회장 입김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감사위원 후보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추천하는데, 해당 임추위에 모두 BNK금융의 김지완 회장, JB금융의 김한 회장, DGB금융의 박인규 회장이 포함돼 있었다.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감사위원들이 변호사, 교수, 회계·금융 관련 경력자 등으로 대체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감사위원 후보도 지주 회장이 배제된,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후보추천위에서 뽑는 구조다. 다만 우리은행은 지방금융지주처럼 행장이 포함된 임추위에서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했다.
20일 금융권 혁신작업을 진행해 온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금융권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미흡을 지적했다. 특히 금융사 업무가 점점 복잡화, 대형화되고 있는 만큼 감사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혁신위는 판단했다.
이에 혁신위는 감사위원 후보 추천과정에서 CEO(최고경영자)를 배제하고, 관련 분야 3년 이상 등으로 감사위원 자격요건을 신설하라고 금융위에 권고했다. 감사위원 후보추천위 의사록을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또한 혁신위는 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에는 노동이사제를, 민간 시중은행에는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할 것도 권고했다. 노동조합 등 근로자가 추천한 전문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근로자추천이사제라면, 노동이사제는 노동조합 등 근로자 대표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중은행은 그간 감사위원회 운영 관련 여러 지적을 받아서 전문성 등이 잘 돼 있는 편이지만 지방은행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며 “이번에 경력 3년 이상 등으로 감사위원 자격 조건을 제한하라고 권고한 것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