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에너지 업체들을 인수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J)에 따르면 사우디의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는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업체인 텔루리언에 대한 지분 인수와 향후 가스 매입을 논의하고 있다. 텔루리언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터미널을 통해 미국의 LNG를 2022년까지 국외로 수출할 계획을 세운 업체다. 이 외에 아람코는 퍼미안, 이클포드 등과 같은 석유·가스 분지의 자산을 인수하는 방법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석유, 가스 생산 업체 자산을 인수하려는 사우디의 노력은 달라진 사우디의 입지를 상징한다. 사우디는 세계 최고의 원유 수출국으로 수십 년 간 군림했으나 미국에서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면서 사우디는 ‘원유 왕국’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우디의 원유 공급 수준은 지난 9월 3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콜롬비아 대학의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이사인 제이슨 보로프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매우 충격적인 양상”이라며 “셰일 혁명의 영향이 얼마나 극적인지를 일깨워준다”고 밝혔다.
동시에 사우디와 미국 에너지 회사들과의 협력 수준이 높아진 것은 양국 외교 관계가 개선됐다는 의미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를 방문해 대규모 무기 판매 계약을 맺고 사우디의 숙적인 이란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말하며 동맹관계를 공고히 했다. 최근 릭 페리 미국 에너지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모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왕세자와 미국의 LNG 수출에 관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미국 에너지 업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32세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탈 석유 시대를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올해 초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미국의 셰일 개발 사모펀드에 투자했을 때도 비슷한 분석이 제기됐다. 무바달라의 무사브 알 카오비 최고경영자(CEO)는 “이 사업의 목적은 셰일 생산의 기술과 비용 측면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만 왕세자는 석유 생산 수입에 기대는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비전 2030’을 천명하며 탈 석유 경제·사회 개혁에 나선 것이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부패 척결을 단행하는 것도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방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