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이 3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아 가격이 급등락하는 등 기업들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19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2차 계획기간(2018년∼2020년) 국가배출권 할당계획(안)’을 발표했지만 내년 이후 계획은 또 미뤄 수요 불균형에 따른 기업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정부는 1단계 배출허용총량(제1차 계획기간 연평균 할당량)을 5억3846만1000톤(KAU)으로 확정·발표했다. 또 시장 안정화를 위해 1400만톤(KAU)을 정부가 예비분으로 두기로 했다. 이는 2018년 배출권 할당량에만 적용된다. 2019∼20년을 포함한 제2차 계획기간 배출허용총량은 2단계 배출권 할당 시 확정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했다. 정부는 1차(2015∼2017년), 2차(2018∼2020년) 계획 기간에는 3년마다, 이후엔 5년마다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올해 끝나는 1차 계획 기간 때 탄소배출권 적용 기업은 2011∼2013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평균 12만5000톤 이상인 업체 또는 2만5000톤 이상인 524개 업체로 총 5억3900만톤의 탄소배출권이 할당됐다.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발전·철강·시멘트 업종에 주로 할당됐다.
문제는 정부의 불확실성으로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1차 계획 기간이 올해로 3년을 채워 끝났기 때문에 내년부터 3년 동안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할지 계획을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문재인 정부에서 ‘2030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발표가 내년 6월로 미뤄지면서 이 계획 발표가 연말로 늦어졌다. 여기에 탄소배출권 주무부서가 정권에 따라 기재부와 환경부를 ‘왔다갔다’하면서 지연되기도 했다. 이런 정부의 불확실성에 따라 배출권 내놓는 기업이 적어지면서 품귀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톤당 2만원 안팎이었던 가격은 2만8000원(11월 23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예전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1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에 지난달 말 발전·화학·시멘트 업종 등 21개 기업은 “탄소배출권 수요가 급증하지만,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은 시장에 내놓기를 꺼리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을 개선해달라”는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배출권을 이월하거나 해외에서 감축실적이 있을 경우 상쇄해주는 등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내놨지만 내년부터는 100% 무상으로 받던 배출권 일부(3%)를 기업이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선 탄소배출권 구매에 매년 4조5000억 원가량 추가부담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다 보니 적은 물량에도 가격이 급등락하는 일이 벌어진다”며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