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 한국세무사회 이창규 회장

입력 2017-12-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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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간 염원 풀고 세무사 자존심 지켰다”

▲이창규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조항을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1961년 세무사회 창립 이후 56년간의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며 “이제 세무와 관련해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세무사만이 업무함으로써 납세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사진제공 한국세무사회
▲이창규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조항을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1961년 세무사회 창립 이후 56년간의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며 “이제 세무와 관련해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세무사만이 업무함으로써 납세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사진제공 한국세무사회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조항을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8일 제354회 정기국회 제18차 본회의를 개최하고, 심의대상 46개 법률안 중 7번째로 상정된 ‘세무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해 재석의원 247명 중 215명 의원의 압도적인 찬성 속에 이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변호사는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 한국세무사회는 1961년 창립 이후 56년간의 숙원사업을 풀었다며 축제 분위기다. 이창규<사진> 한국세무사회 회장을 만나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가 주는 의미는 무엇이고, 향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또 무엇인지 자세히 들어봤다.(편집자 주)

- 최근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한 소감 한마디

“우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세무사제도가 창설된 1961년 이후 우리 세무사들의 자존심이며 숙원사업이었던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격 자동부여 폐지’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를 결정한 국회의 뜻은 모든 국민들이 원하는 전문자격사제도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공정경쟁의 국가 정책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

“역대 세무사회 임직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우리(세무사회)가 힘이 약했고, 힘이 약하다는 것은 곧 단결하는 힘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마침내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 법안을 9년 만에 기재위를 통과하도록 했고, 폐지 법안을 법사위에 상정하여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법사위에 장기 계류되어 있던 세무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해 달라고 정세균 의장에게 요청했다. 선진화법 86조는 법사위가 이유 없이 법안이 회부된 날부터 12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해당 법안의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간사 간 협의를 통해 국회의장에게 해당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의장은 부의를 추진했지만,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0일 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처음 듣는 법안이니 상임위원장 등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하면서 다시 한 번 제동이 걸렸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법사위 논의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식으로 세무사법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진전이 없자 본회의 직권상정이 이루어지게 됐다. 결국 국회는 세무사들의 손을 들어줬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법안 효력 발생 이후 자격을 취득하는 변호사들은 일반적인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결과는 회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향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변화라면

“이제는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일반인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회계학개론·세법학 등 1·2차 자격시험을 통과한 후 세무사회에서 6개월 이상의 실무교육을 받아야 기획재정부에 정식으로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있다. 이는 곧 그동안 변호사에게 주어진 세무사 자격증으로 말미암아 업무 영역이 제한적이었지만, 이제는 세무와 관련해서는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세무사만 업무에 임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이는 납세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반면 이번 법안 통과를 계기로 변호사들의 업무 영역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가 폐지되더라도 변호사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조세 불복 등에 해당하는 세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변호사에 대한 다른 전문 자격증의 자동부여 폐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변리사·노무사·공인중개사 직무 관련 변호사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 이번 건(자격 자동부여 폐지) 이외에도 한국세무사회장으로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뽑는다면

“아직도 세무사회가 직면한 과제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법상 성실신고확인제도 도입 반대와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반대 등이다. 특히,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반대의 경우 회원들이 일심 단결해 정부에 이를 관철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세무사회가 진행하고 있는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반대 탄원서명에 참여한 인원만도 약 3만8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체 세무사 회원의 62%가량인 7500여 명의 세무사와 3만여 명의 세무사사무소 직원 등이 탄원서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가 축소될 경우 국정과세 추진 및 운영에 필요한 세입 확보가 절실한 현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결국 폐지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세무사 회원들은 단합된 목소리와 결연한 의지를 관계기관에 전달하고, 시행령 개정을 반드시 저지해야 나갈 것이다.”

- 한국세무사회장 임기 1년차이다. 앞으로 단체를 어떻게 끌고 가고 싶은가

“선거 과정에서도 수차례 언급해 왔던 것처럼 대화와 소통을 중심으로 한국세무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종식할 것이다. 아울러 ‘화합과 통합을 매개로 한 새로운 한국세무사회를 만들겠다. 나와 의견이 맞지 않다고 해서 남의 의견을 묵살하기보다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경청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그 의견도 겸허히 수용·반영해 나갈 것이다. 또한 선거 공약을 집행부와 상의해 어떤 식으로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청년 및 여성 세무사의 회직 참여 기회 확대를 비롯해 세무사랑프로그램의 보급 확대 그리고 회계프로그램 데이터 변환 서비스 제공 등 우리 회원들이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발굴하고, 더불어 좋은 한국 세무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

- 끝으로 전국 세무사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를 골자로 한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것은 우리 회원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응집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순간에 회장을 맡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는 그 영광을 회원들에게 돌리는 작업을 할 것이다. 일례로 정부가 추진하는 세수 증대 정책에 따라 세무사에 대한 세제 혜택은 점점 축소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무사에 대한 책임문제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무사 업무와 관련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본인을 포함한 세무사회 집행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낌없는 격려와 (회원들의) 따스한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회를 위한, 회를 위해 존재하는 한국 세무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

◆ 이창규 회장은 누구?

한국세무사회 이창규 회장은 약 24년간 국세공무원으로 재직한 후 1992년 세무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현재는 리젠 세무법인 대표다. 개업 이후에는 세무사 제도와 조세 제도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왔다. 이 회장은 2013년 처음으로 세무사회장에 도전장을 내민 후 고배를 마셨다. 올해 6월 30일 한국세무사회 제55회 정기총회에서 회원들로부터 54%의 지지를 얻어 2위와 677표 차이로 제 30대 한국세무사회장에 당선됐다.

[프로필]

▲국제대학교 경영학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조세법 과정 수료

▲미시시피주립대 경영전략과정 수료

▲제30대 한국세무사회 회장(현)

▲세무법인 리젠 대표세무사(현)

▲서울고등검찰청 항고심사위원(현)

▲호서대학교 산학협동연구소 명예연구소장(전)

▲국세청 25년 근무(본청감사과. 조사국조사계장. 서울청조사관리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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