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3년 만에 무역액(수출·수입액 합계)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1조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면서도 반도체 경기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14일 오후 2시 20분 기준으로 연간 무역액 누계 실적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무역액이 1조 달러를 처음 돌파한 것은 2011년이다. 이후 2014년까지 4년 연속 1조 달러를 돌파했고 2년 동안의 암흑기를 지나 다시 1조 달러에 재진입했다. 무역액 1조 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작년 기준으로 미국, 중국, 독일,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홍콩, 영국 등 8개국뿐이다.
1조 달러 회복은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수출액은 5248억 달러로 작년보다 16.5%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1∼9월 수출 증가율도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1위(18.5%)였고 세계 수출 순위도 작년보다 두 단계 상승한 6위를 기록했다. 특히 전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최초로 3%대 진입과 역대 최고 교역 비중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한국 무역이 선전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품목 다변화·고부가가치화 △품목·지역별 고른 성장세 △남북 교역 축 신흥시장 성장 등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선박, 자동차 등 13대 주력품목 수출 비중은 2014년 80.6%에서 78.3%까지 낮아졌다. 반면 차세대반도체, 바이오헬스, 항공우주, 전기차, 로봇 등 8대 신산업 수출 비중은 8.4%에서 12.6%로 확대됐다. 신흥시장(아세안·중남미·중동·인도·CIS) 수출 비중이 30%대까지 확대됐고 주요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국에 대한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내년 전망은 엇갈린다. 세계 경제 회복세 속에서 반도체를 등에 업은 수출이 살아나고 중국과의 관계도 점차 개선될 것이란 긍정론과 반도체 수요·가격이 올해만큼 좋지 않다는 부정론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내년 아시아·미국·유럽 등의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한 세계 경기회복에 힘입어 글로벌 교역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수요 회복과 정보기술(IT) 경기 호조로,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대비 8.8% 증가하면서 단일품목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석유제품, 디스플레이 등도 수출 증가를 예상했다. 2018년 전체 무역규모는 전년대비 5.4% 증가하면서 2년 연속 1조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의존도가 심한 한국의 경제 구조가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등 교역조건 악화, 주요국 정책 변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리스크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KDI는 이 같은 위험 요인들이 가시화하면 내년 무역액 1조 달러도 미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내년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요와 가격 상승세가 누그러지면서 올해만큼 수출 개선 및 견인의 강한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부분을 다른 분야에서 상쇄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