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잇단 구속영장 청구 기각에 검찰 내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각의 '영장 남발' 비판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 등 최고권력자들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 중인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 관계자는 14일 “(피의자의) 지위가 높은 만큼 책임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면서 “청와대나 국방부 최고위 관계자들이 일부라도 지시, 승인, 논의하거나 보고받은 사실 중 하나라도 있다면 관여한 것이고 가담한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관여나 가담의 '정도'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날 김태효(50)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법원은 “혐의사실에 대한 피의자의 역할 및 관여정도에 대해 피의자가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과거 재벌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 중 (회장이) ‘응, 가서 해’라고 말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 정도도 공모와 지시 관계가 다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본인이 서명한 보고서와 같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의 진술이 있는데 사건의 관여, 가담 정도가 어떻게 (구속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면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맞는 것”이라며 “100% 확증으로 구속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사팀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의 현재 구속 비율이 1%대”라며 “불구속 수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서민이나 약자를 구속하려는 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나 공정한 시장 경제 질서를 문란하게 한 최고권력자들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영장청구 사유 중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수사팀은 국정원 비위 사건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구속된 사람마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나는 상황을 우려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65)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구속점부심으로 풀려났다. 반면 이들의 지휘를 받은 이종명(59)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은 기각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구속과 불구속은 형평성이 중요하다”며 “동일한 사건 내에서도 실무자나 아랫사람은 구속하면서 비위행위를 지시한 사람, 더 책임이 높은 사람은 불구속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상식과 법 감정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