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검투사’ 황영기의 퇴장

입력 2017-12-13 11:03 수정 2017-12-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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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기자

“아마 황 회장만큼 언론에 많이 오르내린 협회장도 없을 겁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을 이렇게 기억했다. 이 관계자 말대로 다른 기관 협회장들과 비교해 보면 황 회장은 자의든, 타의든 뉴스에 등장하는 빈도가 높았다. 그만큼 그가 이뤄낸 성과도 많았다. 황 회장은 재임 기간 ‘검투사’라는 별명에 걸맞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와 비과세해외주식형 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자본시장의 각종 현안을 성사시켰다.

물론 비판도 받았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울 당시, 합병에 비우호적인 리포트를 내놓은 증권사의 대표를 압박했다는 논란을 일으키는 등, 황 회장은 공공성이 강한 금투협 수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측은 이러한 이유를 들며 황 회장이 연임 출마를 선언한 즉시 반대 성명을 내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사실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재선 출마 선언만 하면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강력한 후보였던 황 회장은 4일 “현 정부와 결이 다르다”고 언급하며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그의 불출마 배경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분분하지만, 이제 업계의 시선은 한껏 달아오른 차기 협회장 선거전에 쏠리고 있다. 출마를 선언한 인물과 하마평 인사까지 합치면 10명 내외 인물이 차기 협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낙하산 후보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금투협 회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특히 코스닥 활성화와 모험자본 육성의 중요성이 부각된 만큼, 금투협 수장의 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정부와 은행업계의 입김에 밀리지 않되, 출신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투자업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이 차기 회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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