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철을 앞둔 은행권에 감원 한파가 불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달성했지만, 임금피크제에 따른 희망퇴직이 정례화 수순을 밟으며 대규모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에게 후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인력 감축 폭을 확대하고 있다. 직원들 입장에선 임금피크제로 줄어든 급여를 받을 지, 아니면 목돈을 받아 제2의 인생을 꾸려갈 지 선택지가 놓이게 됐다.
◇연말인사 시즌, 시중은행 곳곳에서 희망퇴직 소식= 신한은행은 내년 1월쯤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3년간 차장급 이상에게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올초 실시한 바에 따르면 퇴직금은 부지점장급 이상이 최고 31개월,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1962년생 차장급 직원은 37개월치가 지급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매년 1월에 희망퇴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왔고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실시한 희망퇴직으로 지난 2015년에는 310명, 2016년에 190명, 올해 초에 280여 명이 나갔다.
국민은행도 이르면 이달중에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국민은행은 2015년부터 매년 일반직원 희망퇴직과 별개로 임금피크제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만 55세에 도래하는 직원이 대상이며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170여명과 200여명이 퇴사했고 올 초에는 사상최대 인원인 2800명이 은행을 떠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협의가 안됐지만 연말이나 연초에 계획된 상황”이라고 했다.
KEB하나은행도 올해 인력감축 시행 시기를 조율중이다. KEB하나은행은 작년부터 준정년특별퇴직 제도를 시행해 대상자는 만 39세 이상으로 근속기간이 14년이상인 직원(1급~5급)들과 만 38세이상으로 근속기간이 10년이상인 직원(6급)이다. 작년 12월에 실시한 특별퇴직에선 1~5급 직원의 경우 급여의 최대 27개월치를, 행원급인 6급은 22개월치를 지급했다. KEB하나은행은 2015년 희망퇴직과 2016년 준정년 특별퇴직으로 2년에 걸쳐 1500여명을 내보냈다.
지방은행도 이달 초부터 회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방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부산은행은 지난 1~5일에 경남은행은 5~7일에 신청을 받았다. 부산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1962년생부터 희망 퇴직을 받으며 1962년생에게는 26개월치 급여를, 1963년생에게는 32개월치를 지급하기로 한다. 경남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에게 신청받으며 나이와 관계없이 31개월치 급여를 지급한다.
◇농협 400여명 명퇴…은행권, 디지털 금융 대비·인력순환 효과 기대 = 주로 연말쯤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농협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신청을 받았다. 신청 대상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전원과 10년 이상 농협은행에 근무한 40세 이상의 직원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26개월 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하며 임금피크제 대상이 아닌 직원은 20∼36개월 치 급여를 지급한다. 지난해에도 411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 7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만큼 연말에 따로 퇴직신청을 받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희망퇴직을 실시해 약 1000명이 퇴직했다. 우리은행은 보통 연말에 통상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지만 일정부분 민영화 되면서 그간 있었던 희망퇴직 비용에 대한 제약에서 벗어나 이례적으로 7월에 대규모로 진행했다. 퇴직금은 2015년과 2016년에 평균 19개월치 월급였던 것에서 이번에는 최대 36개월치를 지급했다.
현재 은행들은 디지털 금융에 대비해 은행 비대면 채널 강화와 디지털 서비스 확산으로 점포 통폐합 등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행 입장에선 희망퇴직 실시로 중간관리층이 두터운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고 관리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은행권 희망퇴직은 많게는 36개월치 월급을 지불하지만 일회성 비용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관리비 절감 효과가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62~63년생 등 베이비붐 세대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만큼 신규직원 채용도 확대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