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도 근무시간 단축하나

입력 2017-12-11 10:02 수정 2017-12-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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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35시간 근무시간 단축 발표 이후 후속 대기업 움직임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먼저 롯데와 현대백화점, CJ 등 유통업계가 신세계의 뒤를 이을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제조업에선 포스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과 SK 등도 근무시간 단축 기조에는 공감하지만 35시간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파격적인 근로시간 단축 소식을 접한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35시간으로 줄인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향후 우리 방향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신세계와 같은 유통업계에서 35시간 근로시간을 따라가는 기업이 나오지 않을까 관측하고 있다. 이미 CJ와 롯데, 현대백화점그룹 등은 직원 복지를 위한 과감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CJ그룹은 5년마다 최대 한달 간 재충전과 자기 개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창의 휴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자녀를 돌봐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눈치를 보지 않고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신설해 운영 중이다.

롯데그룹도 현재 백화점, 카드, 홈쇼핑 등 19개에서 운영 중인 ‘PC오프 (PC-OFF)’ 제도를 전 계열사에 내년부터 일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PC오프제는 퇴근시간 30분 이후 및 휴무일에 회사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제도다. 연장 근무 필요시 반드시 부서장의 결재가 있어야 한다. 초과근로에 대해 임금 대신 휴가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 업무시간 외 모바일을 이용한 업무지시 금지를 골자로 하는 ‘모바일 오프’ 제도도 내년 중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제조업에선 포스코가 근로시간 단축 후보로 거론된다. 이미 1주 평균 30시간 근무체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현장근로자를 대상으로 2011년부터 ‘4조 2교대’ 근무를 시작했다. 주 5일 기준 약 30시간 근무하는 방식이다. 4조 2교대는 4개의 근무조 가운데 2개조가 하루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한다. 이때 나머지 2개조 근로자는 휴무다. 지난 1998년 유한킴벌리가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시스템이다.

2015년부터는 4조 2교대를 유지하되 근무방식을 바꿨다. 하루 12시간씩 이틀 동안 일하고 이틀을 쉬는 근무 형태로 주간 2일 근무하고 2일 휴무, 그리고 야간 2일 근무 후 2일 휴무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면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난다. 반면 1년 기준 휴무일은 4조 3교대(103일)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190.5일이 된다. 365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쉬는 날인 셈이다.

4조 3교대와 비교하면 연간 근무시간은 1920시간으로 다를게 없지만 휴일 수가 크게 늘어난다는게 장점이다.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해 업무 연속성을 높이고, 직원들의 학습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 근무기강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각 사업부문 책임자들에게 가능하면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라는 권고안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전자는 탄력적인 근무시간을 도입하면서 근로시간 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하루 4시간 이상, 주 40시간 이상’ 근무만 지키면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자율출퇴근제’를 지난 2012년부터 시범 운영하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SK, LG 역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법 개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법 개정에 대비해 근로시간 단축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법안 개정에 맞춰서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 문화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제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실효성 부분 등에 대해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이 더 치명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 전체가 12조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중 약 8조6000억 원이 300명 미만 사업장이고 약 3조3000억 원은 30명 미만의 영세 소규모 사업장이다.

중기업종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납기라는 문제가 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휴일에 근무해야 하고 야간근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청년 채용도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근로자 삶의 질 제고, 고용 확대, 기업생산성 향상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시점”이라며 “후속조치 없이 근로시간 단축에만 그칠 경우 기업경쟁력에 중대한 손실이 오는 만큼 근로시간의 효율적 관리 방안을 마련해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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