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P&G는 미국 오하이오에 본사, 세계 70여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한국 법인은 1992년 설립됐다. 현재 SK2, 위스퍼, 다우니, 질레트, 페브리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선보이며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말 방문한 한국 P&G는 글로벌 선도 기업답게 다양한 양성평등 제도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국P&G는 임직원 중 여성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경영진의 거의 절반인 43%가 여성이며,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 1이 여성으로 구성되는 등 평균적인 한국 기업보다 월등히 앞선 성평등 문화를 조성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3년 가족친화경영대상을 수상한 이래 2015년 여성가족부에서 인증하는 가족친화인증도 받기도 했다.
수리야 라이 인력개발본부 상무는 한국P&G에서 여성임원진의 비율이 높은 비결로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꼽았다. 그는 “한국P&G는 여성들이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내 여성리더십팀’, 시니어 레벨에서 여성 직원들의 성공을 이끄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여성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P&G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은 남녀 구분 없이 영감을 주고 소통할 수 있는 리더로 거듭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내 여성네트워크는 여직원들 사이에서 업무나 경력 등에 대한 말 못할 고민을 선후배와 나눌 수 있는 창구다. 라이 상무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업무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개인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하게 공유된다”며 “후배들이 결혼, 임신, 출산 등을 겪은 여성 리더들로부터 경험에 바탕한 실질적인 조언을 얻으면서 연대감을 쌓는 통로”라고 설명했다.
양성 평등 문화의 또 다른 비결로는 탄력적인 업무 환경과 복지 제도가 있다. 본사의 200여명 직원들은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아 그날의 업무 특성에 맞게 원하는 공간에서 근무할 수 있다. 사무실 내 공간은 부서별로 획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게 업무를 볼수 있는 ‘업무 집중 공간’, 동료들과 논쟁하면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오픈 콜라보 공간’과 ‘부서간 협업 공간’ 등으로 목적에 따라 분할돼 있다. 데스크와 의자도 높낮이가 다양하게 배치돼 있으며 스탠딩 워크도 도입해 업무를 서서 볼 수도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 활용도 자유롭다. P&G는 모든 직원들에게 오전 8시에서 10시 사이에 출근해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에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는 탄력적인 근무시간을 제공한다. 이는 특히 육아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 여성 직원에게 친화적인 제도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풀타임이 아닌 75%의 시간 동안 근무해야 하는 경우 회사에서는 이에 맞춘 근무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출산 및 육아 휴가는 남녀 직원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직원이나 직원의 배우자가 출산을 했을 때 직원들은 최대 15개월까지 출산 및 육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라이 상무는 “출산과 육아는 인생의 매우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 직원들이 회사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대외적으로도 P&G는 양성평등 캠페인을 펼치며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6월에는 광고 시장에서 성별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하는 UN의 ‘탈선입견 동맹 (Unstereotype Alliance)’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양성평등 메시지를 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