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바뀌고 있다. 최근 뉴욕증시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지난 1년간 증시를 뜨겁게 달궈왔던 기술주가 주춤한 가운데 은행과 자원, 운송 관련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USA투데이가 분석했다.
최근 5거래일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 하락했고 그 중 100대 상위 종목은 2% 이상 빠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은행주 주가 추이를 종합한 KBW은행지수는 같은 기간 8% 이상 올랐다. 페덱스와 UPS 등 택배업체에서 캔자스시티서던과 같은 철도업체, 사우스웨스트 등 항공사에 이르기까지 운송 관련주가 모여 있는 다우존스운수업종지수도 8% 넘게 뛰었으며 석유 관련 지수는 6% 이상 올랐다.
투자자들이 그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기술주 등 승자 종목을 팔아서 차익을 실현하고 다른 분야로 현금을 이동시키는 순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칼트바움캐피털매니지먼트의 게리 칼트바움 사장은 “증시에서 대표주자 교대가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소식은 투자자들이 증시 전반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술주에서 좀 더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는 분야로 일부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리처드 턴일 블랙록 글로벌 수석 투자전략가는 “증시가 공격적인 순환을 겪고 있다”며 “상승을 이끌었던 모멘텀 주에서 낮은 변동성의 종목으로, 기술주에서 은행주로 투자 중심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성향이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투자 자문업체 클라이언트퍼스트스트래티지의 미치 골드버그 사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를 유지하고 내년 2월 취임할 제롬 파월 차기 연준 의장이 금융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것도 최근 은행주 강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하이타워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배피스 매니징디렉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인프라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으면 운송 관련주가 더 크게 뛸 것”이라며 “그동안 운송주는 기술주에 비해 다소 처지는 느낌이었지만 마침내 오르기 시작했다. 더욱 긍정적인 모멘텀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의 감산 결정에 최근 유가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원 관련주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뉴욕증시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불안한 관측을 제기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최근 분석에서 미국 경제가 부채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고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며 이는 증시가 재앙에 빠질 징후라고 지적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현재 350% 이상으로, 너무 높아서 언젠가는 대규모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불가피하다.
또 BOA 산하 메릴린치 고객들의 전체 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10.4%로, 이전 저점인 2007년의 11.0%보다 더 낮아졌다. 마켓워치는 2007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 증시가 한창 버블을 보였던 시기라며 그 때와 지금이 유사한 패턴을 나타내는 것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