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얻을 것 많은 한중 FTA 후속협상

입력 2017-12-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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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중순에 있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정상회담은 한·중 경제협력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부문 2단계 후속 협상 개시가 예고돼 있어서다. 제조업 분야에서 양국은 과거의 협력 동반자에서 경쟁자로 변모했다. 이는 앞으로 한·중 협력의 열쇠가 제품생산 분야가 아닌 서비스 분야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의 서비스 산업은 빠르게 발전했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서비스 무역 규모가 연 평균 16%로 급성장하여 2015년 기준 713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 가운데 수출이 2882억 달러, 수입이 4248억 달러로 각각 세계 5위와 2위다. 연 평균 6.8%로 성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2020년 1조 달러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서비스업은 이미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60%를 차지할 만큼 주도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서비스 시장에서 한·중 협력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주로 제품 판매 위주로만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서비스 수출액은 2016년 기준 205억 달러로 상품 수출액(1244억 달러)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서비스 교역도 관광 33.5%, 운수 29.4%, 서비스 아웃소싱 16.5%,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 11.4% 등 주로 중·저 부가가치 분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한국은 중국의 서비스 시장에서 상당한 기회 요인을 갖고 있다. 한·중 FTA는 중국이 그동안 체결했던 다른 국가들과의 FTA에 비해 개방도가 가장 높고 혁신적인 시도도 많았다. 이례적으로 네거티브 관리방식(Negative listings)을 도입했고, 처음으로 금융·통신·전자상거래를 FTA에 독립 분야로 포함시켰다. 한국의 인천시와 중국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威海)시를 자유무역 협력도시로 지정해 최초로 지방 간 경제협력을 포함하기도 했다.

필자가 한·중 FTA에서 특별히 주목하는 부분은 한중산업원구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내용이다. 이는 두 나라의 자유무역구를 통해 제도 혁신을 꾀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양국 모두 민감한 분야의 경우 먼저 지방 간 FTA협력에서 실험적인 개방을 해 보는 방식을 후속 협상에 담을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산업처럼 현재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영역에서 혁신적인 협력을 시도해 볼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상하이(上海)자유무역구에서만 실행하고 있는 ‘설립 전 투자에 대한 내국민 대우’를 한·중 FTA 지방도시 간 협력 사항으로 포함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기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미국에서 제한을 받고 있는데, 한국을 통할 경우 한미투자협정(BIT)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미국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질 수 있다. 한국으로서도 중국의 대형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중 FTA 지방도시 간 협력을 활용하는 전략은 최근 중국 정부의 개방제도 정책 흐름에도 부합한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上海)자유무역구에서 실험적으로 시행했던 다양한 개방제도를 다른 자유무역구에서도 복제 실행하도록 허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자유무역구로 지정된 지방도시와 한국의 지방도시 간에 한·중 FTA 금융협력 도시로 지정하는 내용을 한·중 FTA 서비스 분야 협정에 넣는다면 협력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나아가 이 같은 접근법을 통해 적격국내개인투자자(QDII2) 등 상하이(上海)자유무역구에서 실행되는 투자 제도를 한국에 한해서만 우선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QDII2는 상하이(上海)자유무역구에 호적을 둔 주민이 허용된 한도 내에서 해외금융 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국이 중국의 QDII2 시범특구로 지정된다면 중국인들의 막대한 해외자산 운용 수요를 한국 금융기관들이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은 1조 달러 중국 서비스 시장의 문을 열 수 있다. 그간 저부가가치 산업 위주였던 한·중 서비스 교역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동시에 한국이 글로벌 위안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중국 또한 한국을 위안화 국제화 실현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얻을 것 많은 이번 협상에서 두 정부가 더욱 과감하고 혁신적인 협력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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