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4억 원을 박근혜(65) 전 대통령 측에게 상납한 혐의를 받는 남재준(73)·이병기(70) 전 국정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5일 남 전 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 손실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남 전 원장에게는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강요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남 전 원장은 재직 중이던 2013년부터 2014년 4월까지 12차례에 걸쳐 매달 5000만 원씩 총 6억 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네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다. 남 전 원장은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시켜 현금을 준비한 뒤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전 대통령 측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경찰 퇴직자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가 운영하는 경안흥업에 고철 유통 사업권을 주도록 현대·기아자동차에 압력을 넣은 혐의도 받는다.
남 전 원장은 '경우회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 'VIP 관심 사안이다'는 취지의 지시를 이 전 실장을 통해 기업 임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그룹 계열사를 통해 경안흥업에 약 25억 원 상당의 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원장은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8차례에 걸쳐 매달 1억 원씩 총 8억 원을 안봉근(51) 당시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원장은 특히 상납금액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렸다. 이들은 청와대 출입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 전 비서관이 보낸 차를 타고 청와대 경내에 탑승하는 등 은밀한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만간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병호(77) 전 국정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의 다른 혐의들에 대해서도 기소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이달 6일 특활비 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최순실(61)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 씨가 그동안 검찰 조사에 불응한 만큼 이번에도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최 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국정원 특활비 수수자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이 나랏돈을 뇌물로 제공하고 박 전 대통령이 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게 사건의 실체"라며 "박 전 대통령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