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꾸로 가는 ‘근로시간 단축’ 시계

입력 2017-11-29 11:02 수정 2023-07-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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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욱 정치경제부 기자

근로시간 단축 협상이 또 결렬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8일 오전부터 관련 소위원회를 열어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고, 여야 의원들은 굳은 얼굴로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각자의 사정은 있었다. 여당은 “(야당에 선택) 옵션을 줬는데 모든 것을 거부했다고 본다”며 야당 탓을 했다. 이에 야당은 “모든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맞붙었다. 실제로 23일 여야 간사는 ‘주당 52시간 근무 단계적 도입’이라는 큰 틀에 합의했다. 그러나 세부 사안에서 여당 내부의 의견이 갈리고, 여기에 일부 야당마저 반발해 최종안 도출에 실패했다.

더 큰 문제는 국회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협상 결렬 전 만난 환노위 관계자는 “어떤 결과물이든 내놓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바로 국회의 체면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환노위 홍영표 위원장 이하 소속 의원들은 그 어떤 합의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최종 결정은 내년 1월 대법원의 판단을 따르게 됐다. 입법부의 체면을 제대로 구긴 셈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논의’에 그쳤다. 근로시간 단축을 포함해 ‘무제한 노동’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은 1997년 개정된 이후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근로기준법 입장에서는 매년 바뀌는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인하안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이렇게 ‘근로시간 단축’ 문제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이날 퇴근 무렵, 마포대교는 건설노동조합 노조원들의 점거 시위로 양방향 출입이 통제됐다. 애초 환노위에서 논의키로 한 건설근로자법이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노조가 점거 농성에 나선 것이다. 이날 환노위는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위해 다른 법안을 논의할 전체 회의를 취소했다. 꽉 막힌 마포대교와 여의도, 그리고 국회가 그리 달리 보이지 않는 퇴근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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