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대하소설 ‘토지(土地)’, 전후 한국 사회의 현실을 여성의 시각에서 그린 ‘시장(市場)과 전장(戰場)’, ‘표류도(漂流島)’의 작가. 바로 박경리(朴景利)이다. 박경리는 1926년 10월 28일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1950년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그즈음 결혼하지만 남편과 아들을 한국전쟁 와중에 잃고, 친정 엄마와 딸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전쟁 미망인이 된다.
단편 ‘계산(計算)’(1955)과 ‘흑흑백백(黑黑白白)’(1956)이 김동리의 추천으로 ‘현대문학(現代文學)’에 실리면서 등단했다. 1956년부터 1959년까지는 단편소설 창작에 주력했다. ‘암흑시대’, ‘전도(剪刀)’, ‘벽지(僻地)’, ‘영주와 고양이’, ‘도표 없는 길’ 등의 단편소설을 ‘현대문학’, ‘신태양(新太陽)’, ‘사상계(思想界)’, ‘여원(女苑)’ 등의 잡지에 발표했다. 1960년대 들어서 장편소설을 집중 발표한다. ‘성녀(聖女)와 마녀(魔女)’, ‘김약국의 딸들’, ‘파시(波市)’, ‘시장과 전장’이 이 시기의 대표적 장편소설들이다.
1957년 단편소설 ‘불신시대(不信時代)’로 제3회 현대문학 신인상을, 장편소설 ‘표류도’로 내성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말까지 작품의 주제는 전후 현실 비판, 전쟁미망인 문제, 인간의 소외와 존엄, 낭만적 사랑의 추구와 좌절로 요약된다.
1970년대 이후 작품활동은 ‘토지’에 집중되었다. 1969년 현대문학에 1부를 연재하기 시작, 1994년 전편을 완결했다. ‘토지’는 최참판댁의 가족사를 중심축으로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해방에 이르기까지 거의 한 세기에 이르는 근·현대사의 변천 속에서 다양한 계층과 이념, 욕망을 소유한 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고난, 현실 극복 의지를 총체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여성 가족사 소설의 전범(典範)으로 손꼽힌다.
1980년 지금의 박경리문학공원 자리인 원주시 단구동에 정착하여 창작활동을 계속하면서, 환경과 생명사상에 관심이 많아 2003년 환경전문 계간지 ‘숨소리’를 창간하기도 했다. 산문집 ‘Q씨에게’, ‘원주통신’,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을 남겼다.
1965년 한국여류문학상, 1972년 월탄문학상, 1991년 인촌상, 1996년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하였고, 1999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주최한 ‘20세기를 빛낸 예술인(문학)’에 선정되었다. ‘토지’ 완간에 즈음해 연세대 원주캠퍼스 객원교수로 임용되었고, 2008년 5월 5일 폐암으로 사망하였다. 사후에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