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에서 직원 수 100명 정도의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요즘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역대 최대 인상폭(16.4%)을 기록한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그다지 늘지 않을 내년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놓고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늘어날 인건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공장 직원들에게 탄력근무제라도 권유해야 할지, 아니면 인력을 줄이고 대신 공장 설비를 더 들여와야 할 지 고민하다 잠 못 드는 날만 늘어날 뿐이다.
현재 최저임금을 주는 사업장의 87%는 30인 미만의 소상공인들이다. 이 중 가장 직격탄을 입는 곳은 최저임금 사업장의 68%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음식숙박업체 등이다. 당장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영세업체들을 위해 정부는 미봉책으로나마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내년 1년간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런데 위의 사례처럼 견실한 규모의 중소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경영이 악화될까 걱정이 깊은 상황이다. 왜일까.
우선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기본급, 직무수당, 직책수당 등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산입된다. 이외에 정기상여금, 중식비 등 복리후생비와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각종 수당으로 낮은 기본급을 보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상여금을 뺀 상황에서 최저임금, 즉 기본급이 올라갈 경우 최저임금에 근접한 생산직 신입사원이나 외국인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전체 직원의 급여 수준이 일괄적으로 높아지게 되고 기업은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 중소기업계 단체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인상률은 평균 10~20%에 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오르지 않는데 높은 임금상승폭에 인건비 지출만 늘어나게 될 경우 시간제 근로자 등 비정규직을 쓰거나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최악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이 대목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특히 대기업 협력업체의 경우 품질과 적기 납품이 거래처와의 신뢰도를 좌우하기 때문에 무작정 인력을 줄일 수 없다. 그렇다고 숙련되지 않은 비정규직을 쓰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을 위해 마련된 최저임금제가 정작 수혜를 받아야 할 중소기업을 위태롭게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뒷받침하는 핵심 공약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가계 소득을 개선하기 위해선 취약계층의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논리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후퇴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상여금과 식대 등 최저임금 산입 범위의 합리적 조정과 지역ㆍ업종별 차등 적용 등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