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연합회장·생명보험협회장 선출을 놓고 금융권이 여전히 ‘관가(官家)의 눈치’ 보기를 재연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이 일절 ‘협회장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공언했지만, 단 한 차례의 회원사 총회로 선출하는 ‘깜깜이 인사’ 절차가 되풀이 되는 등 인선 과정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내부 인사 발탁이냐, 외부 인사 기용이냐’라는 우리은행 차기 행장 인선에서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치금융 병폐로 첫 발을 겨우 뗀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자칫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우리은행 등 수장의 공석을 채우는 인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관치인사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차기 수장 선임 절차를 ‘깜깜이’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외풍’에 취약한 불투명한 구조를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위해 10명의 이사가 회장 후보자를 1명씩 추천하도록 하고, 후보군을 대상으로 검증을 실시한 뒤 이사회에서 후보를 압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이사 가운데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주장하면, 마지못해 따라가는 분위기가 되풀이 되고 있다.
최근 유력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홍재형 전 부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은행연합회 측은 후보자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칫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를 단독 추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면서 민간 출신 인사들이 유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간 출신 후보 중에서는 신상훈 전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생보협회장 또한 불투명한 선출 방식으로 인해 관치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단수 후보자를 총회에 올리기 때문에 회원사들은 회추위 결정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달 회장을 선출한 손해보험협회도 결국 단수 후보를 총회에 추대했다.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도 불투명한 구조로 구설수에 올랐다. 현재 블라인드 형태로 후보자 10명에 대한 평판조회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구체적인 명단은 오리무중이다. 금융권 인사는 “후보자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으면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에 대한 여론 견제장치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